
라 대표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언론 인터뷰에 적극 나서는 기이한 행보를 보였다. 검찰은 지난 11일 라 대표를 자본시장법(시세조종, 미등록 투자일임업)과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라덕연 일당이 시세조종으로 올린 부당이익은 최소 2640억원, 이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편취한 금액은 1320억원으로 추정됐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 구로구에서 PC방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라 대표의 PC방으로 추정된 업체는 2016년 9월 폐업했다.
라 대표는 2016년부터 여러 차례 오프라인 투자 세미나를 열었다. 주로 인천 사무실을 활용했다. 라 대표는 오프라인 세미나와 홈페이지에서 투자자산운용사(펀드매니저) 자격증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KB증권의 투자권유대행인으로 활동 중이라는 소개도 붙였다. '안철수연구소(안랩) 근무'라는 경력도 넣었는데, 안랩은 사내 시스템에 라 대표의 근무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는 2019년 8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폐업 사유로 직권말소 조치됐다. 그는 폐업 전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부터 '다단계·대리투자'… 회사 설립·폐업 반복

라덕연 일당은 투자자들로부터 본인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대리투자를 단행했다. 고액 투자자의 경우 노트북을 준 뒤 원격으로 투자하는 수법도 썼다.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은 대리투자에 활용된 휴대전화 200여대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다.
라 대표는 2021년 11월 경영컨설팅업체인 에베레스트파트너스를 세운다. 이 회사는 앞선 두 회사와 달리 투자자문업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라 대표의 회사들 중 투자자 계좌 운용이 가능한 투자일임업 등록을 마친 사례는 단 한 곳도 없다. 명백한 불법 행위다. 2016년 설립된 호안에프지는 라 대표가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핵심 회사다. 그의 최측근들이 대표와 이사, 감사를 맡고 있다.
정관재계 인사까지 포섭… "배후는 김익래" 주장하다 체포라 대표는 북한 전문 여행사 아리투어 대표 직함을 달고 2020년 2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평창평화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같은 해 11월 경기도의회에서 라 대표가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의 선거 기탁금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다뤄졌다.
라덕연 일당은 연예인과 기업인뿐 아니라 정관계 인사들까지 포섭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활동한 장모씨는 투자자 모집책으로 활동한 정황이 포착됐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박영수 특검에서 수사지원단장으로 활동한 B씨는 라덕연 일당 회사들에서 법률자문을 맡았다. 박 전 특검과 B씨는 단순 자문 역할을 맡았을 뿐 주가조작 여부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라 대표는 주가폭락 사태가 벌어지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폭락의 배후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을 지목했다. 김 전 회장과 키움증권은 이달 2일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미등록 투자일임은 인정하나 시세조종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게 라 대표의 입장이었다. 합동수사팀은 9일 라 대표를 체포했고, 11일에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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