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반도체·배터리' 한국에 기대는 유럽...한덕수 "달라진 위상 확인"

머니투데이 부쿠레슈티(루마니아)=정진우 기자 2023.05.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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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일 영국·스웨덴·오스트리아·루마니아 등 4개국 순방 결산

[런던=뉴시스] 한덕수(가운데) 국무총리와 윤여철 주영대사가 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버킹엄궁전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찰스3세 국왕을 만나고 있다. (사진=영국 외교부 플리커 캡처) 2023.05.07. *재판매 및 DB 금지[런던=뉴시스] 한덕수(가운데) 국무총리와 윤여철 주영대사가 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버킹엄궁전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찰스3세 국왕을 만나고 있다. (사진=영국 외교부 플리커 캡처) 2023.05.07.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 세계는 새로운 국제 질서 속 연대의 파트너를 찾기 위한 외교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영국과 스웨덴,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등 유럽 4개국 순방을 하면서 느낀 소회다. 한 총리는 각 나라 총리를 비롯한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 나라가 우리나라와 경제와 안보,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특히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바쁜 일정이지만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매순간 확인할 수 있어 가슴이 뛰었다"며 "공급망 재편성 등 급변하는 세계 정세를 헤쳐나가기 위해 유럽이 대한민국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주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부총리 집무실에서 올리버 다우든 영국 부총리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2023.05.06.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부총리 집무실에서 올리버 다우든 영국 부총리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2023.05.06.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韓방위산업 큰 관심...무기체계 바꾸려는 듯
영국 찰스3세 국왕의 대관식 참석차 런던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6일(현지시간) "찰스3세 국왕이 나한테 '한국의 방위산업이 강하죠'라고 물었고 내가 '강하다'고 답했다"며 "영국이 아마 무기체계를 조금 바꾸는 것 같은데 한국과 (거래)하려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영국 런던의 한 중식당에서 기자단과 만찬 간담회를 갖고 "대관식 전날 버킹엄궁에서 열린 만찬 리셉션에서 찰스3세 국왕과 대화한 게 기억에 남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가 영국과 무기 수출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 총리가 찰스3세 국왕에게 "대관식 개최를 축하한다"며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앞서 지난 5일(현지시간) 올리버 다우든 영국 부총리와 회담을 갖고 원자력발전(원전)과 재생에너지, 공급망 등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또 FTA(자유무역협정) 개선 협상이 올해 안에 개시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나가기로 했다.

한 총리는 또 대관식 참석차 영국에 온 라자루스 매카시 차퀘라 말라위 대통령, 줄리우스 마아다 비오 시에라리온 대통령, 무하마드 잘로우 감비아 부통령,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 리 화이트 가봉 환경산림장관 등과 각각 면담했다.


아프리카 정상급 등 주요 인사들은 모두 한국이 단기간 내 이룩한 경제발전 경험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이 걸어온 짧은 기간 동안의 발전 여정과 발전 경험의 생생한 기억을 공유받기를 희망한다"고 했고 이를 위해 자국의 개발 전략 실현에 있어서 인적자원 개발, 교육, 농업, 보건 분야 협력을 심화·확대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한 총리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일회성 내지 2~3년의 단기적 협력이 아닌 지속가능하고 세대에 걸친 장기적인 상생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라며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및 2030 부산세계박람회를 협력 플랫폼으로 상호 관심 분야에서 구체 협력 사업을 함께 발굴하고 추진해 나가자"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와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조찬 회담에서 환담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2023.05.08.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와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조찬 회담에서 환담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2023.05.08. *재판매 및 DB 금지
스웨덴: 희토류·원전·공급망 협력 강화
한 총리는 영국에 이어 지난 8일(현지시간) 스웨덴을 방문했다. 한 총리는 스톡홀름에서 울프 크리스터손 스웨덴 총리와 회담을 갖고 희토류 등 핵심광물과 공급망 회복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서로 협력키로 했다. 두 총리는 또 원자력발전(원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 총리는 "스웨덴이 한국전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하고 중립국감독위원회 위원국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온 우방국이자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자"고 했다.

크리스터손 총리는 "한국은 스웨덴과 EU의 긴밀한 파트너라며 기술선도국인 한-스웨덴 양국이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지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해 나가자"고 했다.

한 총리는 특히 스웨덴과 배터리, 바이오 등의 신산업분야 협력이 이뤄지고 있음을 평가했다. 앞으로 핵심광물을 비롯해 공급망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자고 했고 크리스터손 총리 역시 공감했다.

크리스터손 총리는 "스웨덴 정부가 친환경 전력 및 녹색 전환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며 "한국이 롤모델이다"고 했다. 두 총리는 원자력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 총리는 또 전날인 7일(현지시간) 오후 스톡홀름의 한 호텔에서 스웨덴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스웨덴 기업들이 우리나라와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전) 분야에서 협력하기를 원한다"며 "현재 스웨덴에 원자력발전 6기가 있는데 2030년대 중반쯤엔 그것들을 모두 SMR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엔 두산에너빌리티처럼 원전 설비를 만들 수 있는 대형 회사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하고 협력을 안하면 SMR을 만들수가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이밖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업의 전력 사용 방식을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에서 'CF100'(Carbon Free 100%)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RE100의 현실성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이 분야에서 논쟁이 꽤 있다고 했다. 그래서 CF100 분야에서 노력을 해야한다는 얘기도 상당히 많이 나눴다"며 "이런 이유로 스웨덴 대표 기업들 역시 원전에 관심이 많고 우리와 협력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RE100은 오직 재생에너지만 탄소 배출 저감 수단으로 인정한다. 반면 CF100은 탄소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으로 원전과 수소,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을 모두 포함한다. CF100이 원전 등 다른 무탄소 에너지까지 인정하기 때문에 RE100보다 현실적이란 분석이 많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유럽 4개국을 순방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총리실에서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와 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2023.05.09.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유럽 4개국을 순방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총리실에서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와 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2023.05.09. *재판매 및 DB 금지
오스트리아: 반도체·배터리 등 中의존 낮출 파트너 한국
스웨덴 방문을 마친 한 총리는 8일(현지시간) 오후 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와 회담을 갖고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특히 네함머 총리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출 중요한 파트너가 한국"이라고 밝히면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네함머 총리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공급망위기, 기후변화, 디지털 격차 등 새로운 과제가 부상하는데 대해 공동의 대응이 중요하며 첨단기술과 경쟁력있는 제조업을 함께 보유한 양국이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는데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뤄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양국 기업들간 상호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며 "앞으로 디지털, 수소등 친환경 에너지, 이퓨얼(E-fuel, 전기분해로 만든 수소와 포집한 탄소를 가공해 만든 연료) 등 미래첨단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계속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네함머 총리는 "연료전지와 수소, 전기모빌리티, 배터리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의존도를 낮출 중요한 파트너가 한국이다"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생산국가다. 이런 측면에서 유럽에서 좀 더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 중국과 대만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오스트리아 입장에서 한국과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했다. 네함머 총리는"오스트리아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반도체 생산의 경우 대만 의존도가 높고 배터리 생산과 솔라패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연합의 경우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하는데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다"며 "한국은 반도체 생산국으로 유럽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반도체·배터리' 한국에 기대는 유럽...한덕수 "달라진 위상 확인"
루마니아: 원전과 방산 등 협력 강화
오스트리아 방문을 마친 한 총리는 9일(현지시간) 루마니로 이동해 니콜라에 이오넬 치우커 루마니아 총리와 회담 등 일정을 소화했다. 한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오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 있는 총리실에서 치우커 총리와 만나 양국관계, 분야별 협력, 국제무대 협력,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치우커 총리의 초정으로 루마니아를 방문한 한 총리는 "올해 한-루마니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5주년을 맞아 루마니아를 공식 방문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남동유럽의 주요국으로 EU, NATO 회원국인 루마니아와 정치, 경제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두 나라 교역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역대 최대인 13억1000만 달러를 달성했다"며 "자동차 부품 등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 진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루마니아 정부가 적극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루마니아엔 효성 GST 글로벌 등 자동차부품회사 6개와 삼성, LG전자 등 우리 기업 17개가 진출했다.

한 총리는 또 "원전 건설 등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NATO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과 NATO 주요 회원국인 루마니아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국방, 방산 분야에서 협력을 도모해 나가자"고 했다.

치우커 총리는 "한 총리의 루마니아 방문이 성사된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그간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관계로서 협력을 심화시켜 왔는데 앞으로 반도체, 전기자동차등 미래 첨단산업 발전과 항만 인프라 구축에 있어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바란다"고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한덕수 총리의 루마니아 방문은 한-루마니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15주년을 맞이해 치우커 루마니아 총리의 초청으로 이뤄졌다"며 "우리 국무총리가 루마니아를 방문한 것은 1996년이래 27년만으로 향후 양국간 정치, 경제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발젼시켜 나갈수 있는 추동력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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