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삼성·SK·현대차와 '원전 포함' CF100 머리 맞댄다

머니투데이 세종=최민경 기자 2023.05.1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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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부, 삼성·SK·현대차와 '원전 포함' CF100 머리 맞댄다


정부가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과 CF100(무탄소전원 100% 사용)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등 국제 표준화 작업에 착수한다. CF100은 전체 사용전력을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공급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보다 현실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10일 관계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7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CFE(Carbon Free Energy) 정책 포럼을 발족한다. 이 포럼엔 삼성전자, SK, 현대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전력 수요기업이 참여한다. GS에너지, SK E&S, 한화에너지 등 에너지 공급 기업도 함께한다. 공급·수요 기업이 모두 참여해 CF100을 논의하는 그림이다.



CF100은 '24/7 CFE'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매일 24시간, 일주일 내내 무탄소 에너지만 사용하는 글로벌 무탄소 운동이다. 유엔 에너지(UN Energy)와 유엔 산하 '지속가능에너지기구(SE4ALL) 등이 공동 추진하는 국제 캠페인으로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 등이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국내 여건 특성상 RE100보다 원전과 수소연료전지까지 포함한 CF100으로 탄소중립 전략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포럼도 정책 수립 전 민간기업과 함께 CF100 개념을 정립하고 해외 사례 등을 연구하는 토론장을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 3월 민간 탈탄소 정책협의체인 에너지얼라이언스가 주최한 CF100 토론회에서 CF100의 국내 도입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는데 정부가 주도하는 CF100 관련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CF100 토론회가 에너지 공급 기업들이 주축이었다면 이번 포럼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전력 수요가 많은 기업들의 의견 수렴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 SK, 현대차 등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가입한 주요 대기업들이 CF100 행사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RE100 가입 기업들도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CF100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력 수요기업 관계자는 "아직 CF100은 개념을 정립하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정부의 방향성을 듣고 업계의 의견도 전달하려고 한다"며 "CF100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논의가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에너지 공급 기업들은 이 포럼을 계기로 CF100에 가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 기업 관계자는 "에너지 공급 기업들이 먼저 주도적으로 CF100 공감대를 조성하고자 한다"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UN에너지의 '24/7 CFE' 가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포럼에서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시범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 한국이 CF100의 규칙 정립과 보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 글로벌 산업현장에서 CF100으로의 체제 전환을 가져가는 데 공감대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기업이 CF100 관심 갖는 이유…삼성전자가 쓸 태양광·풍력도 없다

[단독]정부, 삼성·SK·현대차와 '원전 포함' CF100 머리 맞댄다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CF100(무탄소에너지 100% 사용)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만으론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 좁은 국토면적과 높은 인구밀도 탓에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적고 주요국보다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이 높다.

국내 최대 전력소비 기업인 삼성전자의 전력소비량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주요 대기업이 RE100을 시행하면 국내 재생에너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게 된다. 원전과 수소연료전지까지 포함한 CF100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전력사용량 상위 5대 기업의 2021년 전력량은 총 47.67TWh(테라와트시)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43.1TWh)을 넘었다. 전력소비량은 삼성전자(18.41TWh), SK하이닉스(9.21TWh), 현대제철(7.04TWh), 삼성디스플레이(6.78TWh), LG디스플레이(6.23TWh) 순이다. 현재 RE100에 가입한 기업이 30개임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전력 수요에 한참 못 미친다.

'기업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CoREi)가 지난 3월 발간한 '2030년 기업재생에너지 수요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기준 국내 기업 236곳의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최대 172.3TWh로 추산된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제시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량(134.1TWh)는 기업 수요의 77.8%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RE100에 수소를 제외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만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제10차 전기본에 따른 2030년 태양광·풍력 발전 목표량은 97.8TWh로 기업 수요의 56.8% 수준이다.

[단독]정부, 삼성·SK·현대차와 '원전 포함' CF100 머리 맞댄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싼 것도 문제다. 기업들은 RE100 이행수단으로 녹색프리미엄제와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주로 채택한다. 녹색프리미엄제는 전력 소비자가 한국전력에 녹색프리미엄을 지불하면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아 RE100 인증에 활용할 수 있게 한 제도다.

REC 역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전력을 공급했다는 증명서다. REC는 수요·공급에 따라 거래소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전력사용량이 많은 기업들이 REC를 구매할 경우 REC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기업 수요가 늘면서 REC 가격은 지난해 1월 1단위당 4만6211원에서 최근 7만원대까지 올랐다. REC 가격 증가는 기업의 생산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RE100 참여 요구가 점차 확대될수록 국내 기업에는 부담이 된다. RE100은 민간 주도의 운동이기에 구속력이 없지만 RE100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에 RE100 준수를 적극적으로 요구해 사실상 수출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 CF100 글로벌 의제로 띄운다…물밑 협상 개시
이에 따라 정부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과 수소연료전지까지 포함한 CF100을 국제 사회 의제로 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현장에서 CF100으로의 체제 전환을 가져가는 데 공감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CF100이 초기 단계인 만큼 기업 의견을 수렴하고 국내에서 시범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한국이 CF100의 규칙 정립과 보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7일(현지시간) 스웨덴 순방에서도 울프 크리스터손 스웨덴 총리를 만나 CF100을 글로벌 의제로 만들자고 논의했다. 한 총리는 크리스터손 총리에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RE100보다 CF100으로 가야한다"며 "기술력이 뛰어난 양국이 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 다자경제협력체를 계기로 열리는 양자 협의에서도 CF100을 의제로 올리자는 물밑 설득을 시작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도 비슷한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도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 제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2.2%는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을 고려해 RE100 대신 CF100을 추진하는 것에 찬성했다.

CFE 정책 포럼에 참여하는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RE100은 국내 여건 상 달성이 어렵지만 CF100을 하게 되면 원전이 포함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며 "원전, 수소 등을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인증하고 국외에서도 통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기업이 탄소 감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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