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호실적에 웃던 증권사, 라덕연發 반대매매에 급 정색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2023.05.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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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發 셀럽 주식방 게이트]-126

1분기 호실적에도 증권사들은 울상이다.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로 인해 미수채권이 대거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수채권 규모가 천억에 가깝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2분기 증권사 실적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과 한국금융지주 등이다. NH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 84% 늘어난 2515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는 직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 해 3235억원 이익을 냈다.



이차전지주에 투자자들 관심이 쏠리며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난 게 호실적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1분기 호실적에도 CFD(차액결제거래)로 인해 위탁매매 미수금이 대거 발생해 웃지 못하는 실정이다.

CFD는 실제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을 이용한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하고, 진입가격과 청산 가격 차액을 당일 현금화해 정산하는 장외 파생상품을 의미한다. CFD를 이용할 경우 최소 40% 증거금으로 최대 2.5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SG증권을 비롯해 증권사에서 매물이 쏟아지며 삼천리를 포함해 지난 3년간 급등했던 8개 종목이 폭락하자 증거금 부족과 반대매매가 속출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1858억원이었던 위탁매매 미수금은 3일 5348억원으로 약 3배 가까이 올랐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금액은 597억원으로 2006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 호실적에 웃던 증권사, 라덕연發 반대매매에 급 정색


투자자들이 미수금을 갚으면 문제가 경감되지만,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한 투자자들 대부분이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SG증권발 투자자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지난주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파산과 회생 방법을 묻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돈을 제때 갚지 못하고 파산 또는 회생을 택하면 미수금은 미수채권으로 바뀌어 고스란히 증권사 부담으로 돌아간다. 증권사들은 대규모 미수채권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는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실효성 있는 컨틴전시(비상 계획)플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충당금을 늘리면 순이익이 그만큼 감소해 배당이 줄고 주가가 하락한다는 부작용도 같이 발생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CFD로 인해 증권사에서 미수채권이 얼마나 발생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많을 경우 최대 1000억원에서 2000억원을 예상한다"며 "금융당국을 비롯해 미수채권이 발생한 증권사에 대손충당금을 쌓으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2분기 증권사 실적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건 주가가 내려가는 요인이 된다"며 "대손충당금뿐 아니라 이번 주가조작 사태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 위탁 중개 수수료도 줄어 증권사들의 2분기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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