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中 입김 통했다…"달러 대신 위안화" 세계최대 펄프업체 고민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5.10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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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업체 스자노 CEO, 블룸버그 인터뷰…"위안화 사용 검토, 달러 거래 비중 점차 줄어"

/사진=뉴스1/사진=뉴스1


미국 달러 패권을 겨냥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움직임이 거세다. 특히 최근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 위안화 사용이 크게 늘고 있어 미국 달러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 펄프 생산업체인 브라질 스자노가 중국과 거래 시 위안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는 원자재 시장에서 달러의 지배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스자노의 월터 샬카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뉴욕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국의 소규모 고객들이 위안화와 연계된 거래를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 통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펄프 수입국으로, 수자노 펄프 수출 매출의 43%를 차지한다. 샬카 CEO는 "중국 위안화로의 '획기적인 전환'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도 "미 달러화의 거래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원자재 시장 내 미 달러화의 지배력은 여전하다. 하지만 석유에서 니켈에 이르기까지 주요 원자재 계약에서 위안화를 사용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이후 (위안화 사용) 속도는 더 가속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 달러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세계 무역 시장에서 기축통화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패권 경쟁 구도에 있는 중국은 달러의 기축통화 자리를 흔들고자 위안화 국제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심화한 세계의 분열로 중국 위안화 국제화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에 대한 적대 여론이 강한 국가를 중심으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국경 간 거래에서 미국 달러(붉은선)와 위안화(검은선) 사용 비중 추이. /사진=블룸버그중국의 국경 간 거래에서 미국 달러(붉은선)와 위안화(검은선) 사용 비중 추이. /사진=블룸버그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 국경 간 거래에서의 위안화 사용 총액은 2017년 9조2000억위안(약 1758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42조1000억위안까지 늘었다. 지난 3월 위안화 사용 비중은 4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처음으로 달러 비중을 넘어섰다. 3월 말 기준 중국 국경 간 거래에서 달러화 사용 비중은 47%로, 2010년 83%에서 크게 줄었다.

싱가포르 개발은행(DBS)의 크리스 렁 이코노미스트는 앞서 "다른 국가들도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대체 결제 통화를 찾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신뢰도가 이전만 못 한 것도 위안화 국제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체제에서 퇴출당한 이후 위안화 사용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 일부에 대한 위안화 결제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인 중국해양석유는 지난 3월 프랑스 토탈에너지로부터 아랍에미리트(UAE)산 액화천연가스(LNG) 6만5000톤(t)을 수입하면서 위안화로 대금을 지급했다. 중동산 LNG 거래에서 미 달러 대신 위안화가 사용된 건 처음이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 국가의 위안화 사용도 늘고 있다. 브라질과는 지난 3월 수출입 결제와 금융 거래에 달러 대신 위안화와 헤알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10억달러(약 1조3239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 대금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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