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뛰는데, 네카오는 걸음마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5.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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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실적 美빅테크 주가 급등 속 초라한 성적표
높은 밸류에이션 등 발목…하반기엔 개선 전망

애플 뛰는데, 네카오는 걸음마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깜짝 실적으로 주가가 크게 반등하는 동안 국내 플랫폼 대표주 NAVER (169,900원 0.00%)카카오 (43,900원 ▲250 +0.57%) 주가는 제자리 걸음이다. 높은 밸류에이션(주가 대비 실적 수준) 부담과 내수형 사업구조, 수급 소외 등이 주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네이버·카카오 펀더멘털이 바닥을 확인한 만큼 하반기에는 주가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8일 네이버는 전거래일 대비 1만900원(5.56%) 오른 20만7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시장 예상을 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반등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9.5% 늘어난 3305억원인데 시장 전망치 3071억원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하지만 깜짝 반등에도 주가는 고점(2021년 7월26일 46만5000원) 대비 절반 이하다. 지난해 금리 인상과 경기둔화 우려에 고점에서 저점(2022년 10월13일 15만5000원)까지 66.7% 하락했는데 반등폭은 30%에 그쳤다.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상승률은 10.5%로 코스피 지수(11.8%)보다 못하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카카오는 부진한 성적표에 약세를 면치 못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5% 감소한 711억원으로 시장 전망치(1227억원)를 밑돌았다. 주가는 고점(17만3000원)에서 저점(4만6500원)까지 73% 급락한 후 제대로 된 반등 없이 횡보하는 중이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7.7%에 불과하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비교하면 성과는 더 초라하다. 깜짝 실적 속에 연초 이후 주가 수익률은 △메타 플랫폼스 93.4% △애플 33.6% △마이크로소프트 29.5% △아마존 25.8% △구글 19.7%다. 메타는 1분기 매출이 3개 분기 연속 감소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고 주당순이익(EPS)은 시장 전망치(2.03달러)를 상회하는 2.2달러를 기록했다. 메타 주가의 고점 대비 하락률은 77%로 카카오보다 컸지만 회복 탄력성은 그 이상으로 컸다. 주가는 저점 대비 2.6배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장세에서 네이버, 카카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와 같은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흐름이 달라진 이유로 전문가들은 3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밸류에이션 부담이다. 카카오의 PER(주당순이익비율)는 2020년 최고 234배에 달했고 주가가 고점이던 2021년에도 54배를 기록했다. 네이버 역시 2020년 PER는 최고 55.6배를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의 12개월 전망 PER는 각각 28배, 44.4배로 20~30배 수준인 글로벌 빅테크 대비 여전히 높다.

시장이 내수에 한정됐다는 단점도 있다. 주요 캐시카우인 광고 사업 뿐 아니라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AI(인공지능)도 목표 시장이 어딘지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달라진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네이버, 카카오가 초거대 AI 모델을 구축해 한국형 챗GPT를 선보인다고 하지만 한국어 AI와 영어 AI 서비스는 시장 규모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인터넷 플랫폼이 순환매 장세에서 소외된 것도 주가 부진의 요인이다. 이차전지가 주도주로 부상하는 가운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등이 돌아가며 한 번씩 급등했지만 인터넷은 없었다.


하반기부터는 우려 요인들이 해소되며 주가도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에 대해 "포쉬마크 실적이 연결로 편입되고 커머스 실적이 잘 나오면서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흐름"이라며 "2분기에는 네이버 앱 개편 효과가 있고 지난해 기저효과도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주가는 바닥을 다지고 올라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엔터 상장 이슈가 있고 에스엠도 연결 실적으로 편입된다"며 "인터넷 업종이 순환매 장에서 소외됐다는 걸 감안하면 이쪽으로 수급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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