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캐다 발견한 캐디 시체...'토막 살인' 미스터리[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3.05.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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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91년 5월 9일 오후 6시 20분. 경상북도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의 팔공산 자락에 있는 둔덕 미골에서 나물을 캐던 주민들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참혹한 상태로 토막난 여성 사체를 발견한 것.

당시 사체는 심각하게 부패했으며, 손가락에는 붉은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사체는 매우 날카롭고 정교한 도구로 절단된 채 버려졌다.



사체로 발견된 여성의 정체는 팔공 컨트리클럽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여성 A씨(당시 26세). A씨가 발견된 골짜기는 그녀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사체의 유기 장소가 집에서 무려 36km 떨어져 있었다.

경찰 "치정살인이자 면식범의 소행"…하지만 살인 장소·범인 특정도 못해
A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기 전인 4월 25일. 이씨는 3명의 직장동료와 대구시 수성구의 동경 나이트클럽에 방문했다. 이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장교 2명과 함께 춤을 춘 뒤 장교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다음 날인 26일 새벽 12시 30분경 집 부근에서 내렸다. 하지만 그날 이후 A씨는 종적을 감췄다.



이웃 주민들의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내연남들이 혼자 사는 A씨의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증언을 토대로 경찰은 직접적인 살인 동기는 치정살인이며 2인 이상 남자 혹은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A씨의 행적을 조사하는 한편, 내연관계에 있던 남자들을 중심으로 대구 시내 대학교 관공서 인근 골프 연습장까지 탐문수사를 벌였으나 모두 혐의점을 찾지 못하였다.

사체 발견 당시 A씨의 몸에서 혈액은 거의 빠져서 남아있지 않았다. 또 사체와 간, 신장에서는 플랑크톤이 검출되었는데, 경찰은 A씨가 팔공산 인근 연못에서 살해당한 뒤 곧바로 골짜기에 암매장당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수사력의 한계로 살해당한 장소를 정확히 특정해내지 못했다. 사건 당일에는 또 경찰들이 단서를 찾을만한 범행 현장을 인위적으로 훼손까지 하는 등 당시 경찰 초동수사에도 문제가 많았음이 지적됐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2006년 공소시효 종료 '영구 미제'로 남아…강력범죄 공소시효 폐지 법안 마련도
경찰은 수사 초기에는 A씨를 차에 태운 군인 장교를 용의자로 의심했다. 하지만 군인 장교가 A씨를 집 근처에서 내려주고 다시 돌아간 알리바이가 확인되면서 이 장교는 용의선상에서 배제됐다.

따라서 경찰은 평소 A씨를 흠모하거나 모종의 원한이 있던 남성이 사건 전날 A씨의 집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A씨를 만난 직후 차로 납치해 연못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했을 거라고 분석했다.

사건 당시 용의자가 주변 흔적을 많이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산골짜기에 있던 작은 경찰서가 사건을 담당하면서 범인의 윤곽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유력한 용의자조차 파악하지 못한 이 사건은 2006년 공소시효가 끝나면서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 유사한 강력범죄가 같은 해에 연이어 터졌으나 모두 용의자 검거에 실패했다.

이처럼 당시 경찰 수사력의 한계로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 강력 범죄가 많다 보니 중대범죄에 한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현재는 DNA 등 과학 수사기법의 발전으로 범죄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용이해졌다. 살인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하는 것이 일반적인 국민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대됐다.

이에 지난해 1월 국회에서는 △살인, 사망하게 한 모든 범죄(영아살해, 촉탁·승낙살인 포함) △13세 미만 아동 대상 범죄 중 '특정강력범죄법·아동·청소년 성 보호법·성폭력처벌법·가정폭력 법·아동학대 범죄 처벌법'에서 규정하는 범죄를 저지를 때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법안은 행정 안전 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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