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 "美, 中 공격에 필리핀 기지 이용 못해"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3.05.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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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만났다./AFPBBNews=뉴스1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만났다./AFPBBNews=뉴스1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대만을 둘러싼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위해 자국 내 군사 기지를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초대로 공식 방미 중인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양국 간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라 미국이 동맹인 필리핀 내 군 기지 4곳을 추가로 사용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필리핀 내 군 기지를 다른 국가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을 준비하는 데 사용할 가능성을 거론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우리는 그 점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필리핀이 가진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최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군 기지들이 중국뿐 아니라 어떤 나라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친 부장은 지난달 22일 마르코스 대통령을 만나 "필리핀이 역사의 대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국면에 착안하며 양국 인민의 근본이익에서 출발하기를 바란다"며 "전략적 자주를 견지하고 편 가르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행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의 외교 정책이 평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중국을 자극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우리는 해양 분쟁이 확대되지 않도록 필리핀과 중국 사이에 핫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방위 협정에 따라 필리핀에 배치된 군대가 중국을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자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하에서 '친중' 행보를 보였던 필리핀은 마르코스 정부 들어서 '친미'로 방향을 크게 선회했다. 블룸버그는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국과의 군사협력 강화와 중국의 압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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