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홍보한 연예인 죄 없다?…"사기 가담 유명인 처벌 강화해야"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서진욱 기자 2023.05.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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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發 셀럽 주식방 게이트]-91

임창정과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임창정과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진 가운데 유명인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모으는 '스타 마케팅'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자본시장법 제17조(미등록 영업행위 금지)와 176조(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라 대표는 프로골퍼 A씨, 최측근 인사 B씨 등과 함께 실내골프장, 케이블채널 운영사, 고급 바(BAR), 승마·리조트업체, 음식점 등 수십 곳을 인수 또는 설립해 투자자 모집과 수수료 편취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라 대표에 현재 적용된 혐의는 '미등록 영업행위 금지'지만 사실상 이는 유사수신행위와 다름 없다고 말한다. 유사수신행위는 '다른 법령에 따른 인가·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뜻한다. 유사수신행위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연예인, 국회의원, 교수 등 유명인을 내세워 투자 모집 설명회를 열고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것이 미신고 투자업체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말한다. 임창정 역시 지난해 12월 한 투자자 모임에서 라 대표를 두고 "잘하고 있어. 내 돈을 가져간 저 저 XX 대단한 거야"라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2020년 한 다단계 업체 대표 역시 전직 국회의원 정모씨와 변호사 김모씨, 대학교수 강모씨, 축구감독 박모씨, 외식업체 대표 이모 명예회장, 전 성우 박모 명예대표 등 유명인으로 내세워 신규 회원을 모집해 구속되기도 했다.

권민정 법무법인 테헤란 변호사는 "이들이 유명인을 내세우는 이유는 신뢰감을 얻기 위해서"라며 "자신의 사업 근거가 빈약하니까 다른 인지도 있는 사람을 내세워서 '유명한 사람이 보증하는 거니까 수익이 제대로 나는 사업이겠지'라는 마인드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투자 사기의 경우 초기 인지 수사가 중요하다. 하지만 투자자 대부분이 뒤늦게 사기를 인지한 후 신고 접수를 하는 경우가 수사에 난항을 겪곤 한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초기 투자자를 모집할 때는 사람들이 '이게 사기다'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며 "나중에 2~3년 뒤에야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신고를 하는데 그 때는 이미 증거도 많이 없고 뒷북 수사를 하게 되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투자 사기에 가담한 유명인들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앞서 경찰은 2020년도 다단계 업체에서 홍보활동을 했던 유명인들에 대해 회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예 변호사는 "이런 유명인들은 투자 모집 설명회에 참여해도 광고비나 행사비를 받기 때문에 손해 보는 건 없다"며 "연예인, 교수, 국회의원 등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들을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가 50명 이상 모일 때 증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금융감독원에서 이를 사전에 인지해서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며 "그렇게 재빨리 해서 보존한 돈을 피해자와 신고자에게 주는 제도도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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