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사진=뉴스1(유튜브 채널).
지난달 24일 라 대표가 투자 대상으로 삼았던 8종목(서울가스 (52,500원 ▲300 +0.57%), 세방 (13,400원 ▲360 +2.76%), 다올투자증권 (3,010원 ▲100 +3.44%), 대성홀딩스 (7,780원 ▼50 -0.64%), 다우데이타 (10,590원 ▲230 +2.22%), 하림지주 (5,190원 ▼20 -0.38%), 선광 (16,170원 ▼30 -0.19%), 삼천리 (87,900원 ▲600 +0.69%))의 주가가 동반 폭락했다. 라 대표가 해당 종목을 매개로 차액결제거래(CFD), 신용거래융자 방식을 동원한 탓에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과 거액의 빚을 떠안았다. 라 대표가 호언장담한 투자 신화가 깨졌고, 주가조작과 폰지사기 총책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국민대 대학원 '트레이딩' 전공… 2014년부터 본격 투자자문 사업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SG증권발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사무실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가수 임창정을 비롯해 약 1000명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이 사건은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주식을 사고 팔며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1.
라 대표는 동국대 정보관리학과(경영정보학과) 00학번 출신이다. 대학 시절 과학생회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활달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소위 '인싸'로 떠올린 동문도 있었다. 라 대표는 졸업 이후 여러 차례 동국대에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그는 프로필에 안철수연구소(안랩)에서 근무했다고 적었다. 안랩은 사내 시스템에 라 대표의 근무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대 비즈니스IT전문대학원에 진학한 시점은 2012년이다. 라 대표의 전공은 트레이딩시스템. 그는 2014년 1월 '수급 데이터를 활용한 코스피200 선물 데이트레이딩 전략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졸업논문을 발표했다. 한 동기는 "밝은 성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특별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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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대표는 2014년부터 투자자문 사업에 본격 뛰어든다. 2014년 7월 금융감독원에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라는 상호로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를 한다. 라 대표는 '호안스탁'이라는 명칭을 내세운 홈페이지를 열고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 방송을 유료로 제공했다. 2017년 2월부터는 '호안스탁'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투자 강의 영상을 올렸다. 라 대표는 비슷한 시기에 서울 구로구에서 PC방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라 대표의 PC방으로 추정된 업체는 2016년 9월 폐업했다.
라덕연 대표가 운영했던 '호안스탁' 홈페이지.
라 대표는 오프라인 세미나와 홈페이지에서 투자자산운용사(펀드매니저) 자격증을 보유했다고 소개했다. KB증권의 투자권유대행인으로 활동 중이라는 이력도 붙였다. 투자권유대행인은 증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상품 투자권유를 대행하는 직업이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하는 증권투자권유대행인 또는 펀드투자권유대행인 자격시험 합격이 필수 조건이다. KB증권 관계자는 "개인정보 문제로 특정인의 투자권유대행인 활동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라 대표가 2019년 3월 인천에서 열린 투자자 세미나에서 내세운 홍보문구.
한 제보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투자자문사 라이센스를 받은 업체를 통해 수익을 내면 투자자들이 일당을 믿기 시작했다"며 "이후 투자자들에게 접근해 주식계좌를 주면 세금을 아끼고 복잡한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식으로 설득했다"고 말했다. 일당은 투자자들이 계좌를 제공하면 해당 업체를 폐업 처리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체육회장 기탁금 대납 의혹… 北전문여행사 차리기도
아리투어 출범 및 지정 여행사를 알리는 남북체육교류협회 게시물. /사진=남북체육교류협회 홈페이지.
당시 라 대표의 직함은 북한 전문 여행사 아리투어 대표. 여행사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2019년부터 2020년 초까지 아리투어를 운영했다. 아리투어는 2019년 남북체육교류협회 등이 남북 스포츠 교류를 위해 설립한 회사로 설립 직후 남북체육교류협회 지정 여행사로 선정된다. 아리투어 설립 당시 라 대표와 공동 대표이사로 등재된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이 현재 대표다.
라 대표는 2020년 2월 지정 여행사 대표 자격으로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평창평화포럼'에 참석한다. 행사 현장에서 라 대표와 김경성 이사장,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등이 함께 기념촬영했다. 로저스 회장은 2018년 12월부터 호텔·리조트그룹 아난티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은 라 대표에게 투자해 전 재산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 대표는 지난해 4월 이 전 회장이 이사장인 학교법인 해성학원 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이 전 회장이 협회장으로 있는 의료 관련 협회에서도 이사로 활동했다.
'운용자금 1조원' 돌파 파티까지… '호언장담' 라덕연의 최후는?주가폭락 이후 라 대표의 존재가 드러나자 투자자를 모아 주가조작을 펼쳤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자신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의 투자만 맡아줬고, 통정거래는 따져봐야 한다는 그의 주장과 배치된다. 자산가와 기업인은 물론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소속 위원인 A씨, 박영수 특검에서 활동한 전직 검찰 수사관 B씨의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만큼 라덕연 일당의 정관계 인맥은 추가로 드러날 전망이다.
라 대표는 2021년 9월 비공개 고액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사람들끼리 주식이 오가면 금방 발각된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이리로 간 게 여기서 이리로 가고 여기로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누군가 한 사람이 지휘를 했다고 나와야 하는데 제가 지휘의 흔적으로 남기지 않는다. 제가 지금 그렇게 다 세팅을 해놨다"고 자신했다.
가수 임창정.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라 대표는 지난 1일 본지와 통화에서 주가폭락을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에 "저는 기본적으로 단타 매매를 하지 않는다"며 "우리 모든 고객이 '바이 앤 홀드'(Buy&Hold, 매수한 상태로 계속 주식 보유) 전략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시세 조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또 "주가 폭락이 올 줄 알았으면 제 계좌는 살아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은 저 포함해서 가족들 계좌까지 다 죽은 상태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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