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버스' 하하, 그렇게 아빠가 된다

머니투데이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5.04 09:36
글자크기
사진제공=ENA사진제공=ENA


방송인, 가수, 배우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하하의 대표적인 별명은 ‘상꼬맹이’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8년 2월 MBC ‘무한도전’이 정초 하하의 어머니인 김옥정 여사에게 세배를 갈 때 만들어졌다. 이후부터 쏟아진 별명은 유독 그의 작은 키를 부각하는 별명이 많았다. ‘무한단신’ ‘하로로(하하+뽀로로)’ 등 별명들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정신은 나이가 들고 싶지 않아 하는 그의 고집이 느껴졌다.

그런 하하가 아빠가 됐다. 어느새 세 아이의 아버지다. 집에서의 모습은 물론 장난꾸러기긴 하지만 아이들과 아내인 가수 별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 어떤 아빠 못지않다. 최근 그는 방송에서 부쩍 아버지로서 많이 자라고 있다.



매주 화요일 밤 8시30분에 방송되는 ENA, AXN, K-STAR 공동 제작 예능 ‘하하버스’가 그 주된 배경이다. ‘하하버스’는 하하가 결혼한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첫 부부예능이자 가족예능이다. 하하와 별 부부는 일반 마을버스 기종의 버스의 내부를 안락하게 개조해 세 아이의 함께 여행을 떠난다. 행선지나 목적지는 그때그때 정한다.

물론 하하도 방송인이었으므로 부부예능 또는 가족예능의 섭외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는 결혼 11년이 넘도록 좀처럼 이런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드림, 소울, 송 세 남매의 이름을 가볍게 외울 수 있지만 하하는 이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사진제공=ENA사진제공=ENA
이는 어쩌면 ‘무한도전’ 선배들의 전철을 잘 봐왔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무한도전’ 멤버 중 결혼을 했던 박명수와 유재석, 정준하, 정형돈은 결혼소식이나 출산소식을 알리긴 했지만, 방송을 통해 가족들의 얼굴을 잘 공개하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이 지고 있는 인기 연예인으로서의 부담을 가족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았던 선택일 수 있다. 하하 역시 오랜기간 아이들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 그가 왜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됐을까. 이는 ‘하하버스’의 특수성에 미루어 함께 봐야 한다. 하하 가족의 막내딸 하송은 희소한 질병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하송이 겪었던 길랭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이다. 가족은 발병 때부터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료에 몰두했다. 그리고 하송은 이 치료과정을 잘 견뎌주었으며, 비로소 세상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나아졌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세상을 만난 딸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부모의 바람이 이어졌다. 하하와 별 부부는 버스를 타고 전국을 다니며 누구든 버스에 태워 목적지로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하하버스’를 통해 아이들이 세상과 만나는 방법, 아이들이 세상과 어울리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어했다.

강원도 삼척으로 처음 향한 버스는 부산을 찾았으며 경주로 이어졌다. 가족은 길을 가다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태웠고, 때로는 하하와 친분이 있는, 친분이 없더라도 관심이 있는 연예인들도 탔다.

사진제공=RNA사진제공=RNA
하지만 ‘하하버스’가 기존의 가족예능과 가장 다른 점은 가족에게 특별한 과제를 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저 발길 닿는 데로 대한민국 각지를 찾아가 여러사람과 만나고 친해지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연과 사람을 만났고, 이들 사이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법을 알았다. 유독 프로그램에는 아이들을 두고 하하와 별 부부가 따로 움직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아이들이 자립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드러났다. 사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닐 욕심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다.

하하는 ‘하하버스’뿐만이 아니라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을 통해서도 세상을 배우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하하는 우리가 알던 예능인 하하와는 많이 다르다. 표정도 굳어있는 경우가 많고, 목소리도 많이 낮다. 출연자에게 묻는 태도 역시 조심스러움이 가득하다. ‘결혼지옥’을 통해 화목하지 못한 가정이 겪는 고통을 누구보다 많이 봐왔던 그이기에, 자신의 가정은 화목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생기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하는 ‘지키리’라는 힙합그룹으로 데뷔했고 가수로 이름을 알렸다. 시트콤을 통해 연기를 시작해 영화에까지 비중있는 배역으로 출연하는 배우였다. 또 그리고 가장 많은 시간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방송인, 예능인으로 살았다. 그러는 사이에 20대 중반의 청년은 40대 중반의 중년으로 컸고 아버지라는 자리는 그에게 한동안은 낯선, 그러나 꼭 잘 해내고 싶은 역할을 줬다.

‘하하버스’로 긍정을 키우고, ‘결혼지옥’의 경험을 통해 부정을 지우려는 그의 노력은 한 예능인이 ‘상꼬맹이’에서 어떻게 아빠가 돼 가는지를 보여준다. 아빠는 그냥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부단한 경험과 성찰을 통해 만들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하는 아빠가 되어간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