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과 스토킹 범죄 대책이 나왔을 때 관련 기사에 달렸던 댓글 중 하나다. 민생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던 법무부의 잇단 생활밀착형 정책에 많은 이들이 반색했다. "법무부가 이런 일을 하는 곳인 줄 처음 알았다"는 댓글도 있었다. "이런 게 진짜 '한동훈 현상'"이라는 댓글은 추천댓글 상위에 올랐다.
지난해 촉법연령 하향과 스토킹 대책에 이어 올해 중점과제로 내놓은 성범죄, 마약·조직폭력 범죄 척결이 그런 연장선 위에 있다. 특히 마약·조직폭력 범죄는 최근 연이어 터진 강남 마약음료, 납치·살해 사건 등과 맞물려 힘을 받는 모습이다. 넷플릭스 드라마가 아니라 강남 한복판이라는 현실 세계에서 마약이 유통되고 여성이 납치·살해됐다는 사실은 특히 대도시 중산층에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관가와 정치권, 법조계에서는 한 장관이 "단순히 '수사 잘하는 검사'에 그쳤다면 검사 시절 받았던 관심이 지금까지 이어지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검사로 쌓은 전문 영역의 능력에 더해 정치인 못지 않은 정무 감각이 법무부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한 장관이 일반 공직자보다는 과감하게 말하지만 정치인에 비해서는 정제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청구 대상을 확대하고 인혁당 피해자들의 지연이자를 면제하도록 한 '탈진영' 행보도 이런 정무감각의 산물이라는 분석이다. 한 장관은 취임 초반 장관을 호칭할 때 '님' 자를 붙이지 않고 차 문을 여닫아주는 의전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탈권위 행보로도 관심을 받았다.
국회의원들과 날선 설전을 벌이는, 까칠한 면모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눈높이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낯설지 않다. 취임 직후부터 교정공무원(교도관) 처우 개선을 위한 교도소 방문을 이어가면서 지난달엔 9급 연수에도 직접 참여한 것을 두고 일선 현장에서 먼저 '소통왕'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역대 법무부장관 중 9급 교정공무원 연수에 직접 참여한 것은 한 장관이 처음이다. 주요 정책 발표 때마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정책의 배경과 효과, 남은 과제를 설명하는 모습도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신임검사, 법무부 직원들과의 자리에서 꺼내는 상식과 정의론은 한 장관의 최대 트레이드마크로 통한다. 한 장관은 지난해 검찰 사직 글에도 "상대가 정치권력, 경제권력을 가진 강자일수록 상식과 정의만 생각했다"고 적었다. 한 장관을 잘 아는 이들은 한 장관이 검찰 시절 수사 중인 사건의 관계인을 만나지도,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고 기억한다. 지난 정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4차례 좌천되면서도 한 장관이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다. 법무부 장관이 된 뒤 내놓은 "할 일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 "강자든 약자든 죄가 있으면 수사한다" 같은 소신 발언의 배경 역시 그런 과거다.
스스로 한번도 얘기한 적이 없지만 끊임없이 불거지는 여의도 차출설은 마지막 남은 시험대로 꼽힌다. 지난달에는 내년 총선에서 송파구 출마를 위해 주소지를 옮겼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여권에서는 총선보다는 정부 요직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당장 금배지를 다는 것보다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