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7일 서울 강남구 'SG증권발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사무실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가수 임창정을 비롯해 약 1500명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이 사건은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주식을 사고 팔며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금융당국은 해당 사무실과 관계자들 명의로 된 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2023.4.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들은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해당 휴대전화로 통정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다. 통정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미리 정해두고 일정 시간에 서로 주식을 사고파는 불법 매매 행위다.
법조계에서는 통정거래 사실은 시세조종 혐의를 가르는 잣대가 된다고 분석한다.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는 "이들 일당이 공모했다는 증거와 함께 이들이 행한 주문 매매 양태가 시세조정성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이들이 어떤 시점에 매도 또는 매수를 할지 공모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사진=뉴스1
통정거래 입증, 그 다음은?통정거래 혐의가 입증된다 해도 수사팀에게는 실제 이들이 얻은 범죄 수익이 얼마인지 밝혀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 행위의 처벌 수위를 부당 이득액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정하고 있어서다.
양형 기준에 따르면 시세 조종 공범이 얻은 부당 이득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유기 징역,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유기 징역으로 정한다. 1억원 미만인 경우 6개월~1년6개월 유기 징역이다.
앞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1심 재판부가 통정거래 등 시세 조종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실패한 시세 조종'이라며 부당이득액을 낮게 잡아 대부분 관계자들이 실형을 면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6명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2명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실형(징역 2년)을 받은 것은 '주가조작 선수'로 지목된 이모씨가 유일했다.
당시 검찰은 이들 일당이 얻은 부당 이득을 107억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구체적인 이득액 산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주가 변동 폭이 크지 않고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실패한 시세 조종'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2009년말부터 2012년말까지 3년여간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는데 1심 재판부는 시세 조종과 주가 상승의 인과관계를 단정짓기 어렵다고 봤다. 주가 조작 기간에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등 외부 변수로 인한 주가 변동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 같은 판례에 비춰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변수의 영향이 이번 사태에서의 또 다른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세 조종으로 지목된 종목 중 삼천리, 서울가스 등 에너지 관련 종목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해당 종목 주가 상승 초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생한 가스 업계의 호재라는 해석이 다수 제시된 바 있다.
한국증권법학회장을 지낸 강희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세계적으로도 관련 주가가 상승한 추세에 있었던 만큼 향후 주가 조작 일당이 이를 놓고 항변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 조작과 외부 변수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입증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