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골프장·BAR·스튜디오·언론사… 라덕연·최측근 회사만 13곳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김창현 기자, 김진석 기자, 홍순빈 기자, 김도균 기자, 정혜윤 기자, 김지은 기자 2023.05.0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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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發 셀럽 주식방 게이트]-79

[단독]골프장·BAR·스튜디오·언론사… 라덕연·최측근 회사만 13곳


'SG증권발 셀럽 주식방 게이트'를 주도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와 최측근 인사들이 설립 또는 인수한 회사 수십곳 중 13곳의 실체가 파악됐다. 실내골프연습장과 케이블방송채널, 고급 위스키 바, 리조트, 영상콘텐츠, 명품샵, 인터넷언론 등 업종이 동원됐다. 대부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들 회사는 투자자 모집과 수수료 편취 창구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라 대표와 최측근들이 수익금을 현금화하기 위한 통로였다는 의심도 산다.

대표·소재지 확인된 회사만 13곳
서울 강남구의 한 실내골프장. 안내데스크에 레슨비 명목으로 결제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수증 뭉텅이가 놓여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서울 강남구의 한 실내골프장. 안내데스크에 레슨비 명목으로 결제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수증 뭉텅이가 놓여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라덕연 대표와 최측근들이 현재 대표로 있는 회사는 13곳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설립·인수한 회사 수십곳 중 소재지, 사업목적 등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회사들이다.

라 대표는 2021년 11월 경영컨설팅업체 E사를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14년 유사투자자문업체, 2020년 투자자문업체를 세웠다가 폐업했다. 라 대표에게 투자한 이들 중 상당수는 금융당국에 등록된 업체라서 신뢰했다고 증언한다.



투자자 모집 총책으로 의심받는 프로 골퍼 A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본점을 둔 실내골프연습장 운영사(골프업체)와 케이블채널 '숨' 운영사(케이블업체), 아쉬펠드앙쥬승마앤리조트, 헬스·필라테스시설 등 4곳의 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A씨는 강남에 4~5곳의 골프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투자자 모집을 담당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인물이다. A씨의 골프업체와 케이블업체에는 라 대표와 직원관리를 담당한 B씨가 사내이사로 있다. A씨가 지난해 11월 대표로 취임한 아쉬펠드앙쥬승마앤리조트는 유전체 분석 사업목적으로 2019년 9월 설립됐다. 이 회사는 A씨가 대표로 취임한 직후 사업목적에 부동산 매매·임대·관리업과 휴양콘도운영업을 추가했다. 리조트 사업체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로 추측된다.

아쉬펠드앙쥬승마앤리조트 감사는 A씨와 가까운 인물로, 검찰은 A씨와 감사 모두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사는 골프연습장 감사도 맡고 있다. 실제로 A씨는 라 대표와 함께 연예인, 자산가 등 투자제의 미팅에 함께한 것으로 파악됐다. 라 대표로부터 투자제의를 받은 가수 겸 화가 솔비(권지안)의 소속사 대표 역시 A씨가 동행했다고 밝혔다.


소속사 대표는 "라 대표는 점당 500만원 정도의 작품을 6개, 총 3000만원 구매하고 그림을 판 돈으로 투자하라고 제안했다"며 "그림을 판 돈을 자신들의 계좌로 재투자하라는 의미였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본지 질문에 A씨는 "저도 피해자이며 엄청난 빚을 떠안게 됐다"고 답했고, 이후에는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연락을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최측근 B씨, 콘텐츠사 대거 만들어 투자 영업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콘텐츠 제작사 A 법인 사무실 내부 모습.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의혹의 중심에 있는 라덕연 대표 일당이 운영하고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와 연관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김창현 기자.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콘텐츠 제작사 A 법인 사무실 내부 모습.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의혹의 중심에 있는 라덕연 대표 일당이 운영하고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와 연관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김창현 기자.
B씨는 미등록 투자일임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H컨설팅업체 대표다. 청담동 위스키 바와 엔터테인먼트·영상콘텐츠 회사 4곳의 대표이기도 하다. 위스키 바는 VIP 투자자 접객 목적으로 운영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B씨가 지난해 11월 대표로 취임한 ㄱ엔터사는 홈페이지에서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방송사들과 수십편의 영상 콘텐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방영까지 이뤄진 프로젝트는 단 한 건도 없다.

나머지 엔터사 3곳은 ㄱ 엔터사가 IP 리스트에 올린 콘텐츠 명칭을 회사명으로 그대로 가져와 설립됐다. B씨가 이들 회사를 설립한 시점은 ㄱ엔터사 대표로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26일이다. B씨 등은 해당 콘텐츠 제작을 위한 투자유치 영업도 펼쳤다. 본지가 방문한 ㄱ엔터사 사무실은 운영됐다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인근 사무실 직원은 "직원들이 드나드는 걸 본 적이 없다"며 "문이 열려 있는 날보다 닫혀있는 날이 더 많아 정상적인 사업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H컨설팅업체 감사와 이사도 의심스러운 회사를 세웠다. 감사 C씨는 라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으로 꼽힌다. C씨는 2020년 6월 인터넷언론사를 설립했다. 홈페이지는 존재하지만 3년 가까이 운영을 시작하지 않았다. 언론사 소재지로 등록된 서울 강남구 사무실은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C씨는 주가폭락 전 사무실을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H컨설팅업체와 C씨의 언론사 모두 인천에서 서울 강남구로 본점을 옮겼다. 인천에서 운영될 당시 두 회사는 같은 건물의 바로 옆 사무실을 썼다.



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C씨가 등록한 언론사가 입주했던 건물 내부 모습. 해당 호실은 굳게 닫혀 있다. 언론사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김진석 기자.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C씨가 등록한 언론사가 입주했던 건물 내부 모습. 해당 호실은 굳게 닫혀 있다. 언론사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김진석 기자.
이사 D씨는 올해 1월 서울 강남구에 명품 샵을 차렸다. 이곳은 인테리어를 마치고 실제로 운영됐으나 최근 영업을 중단했다. 라 대표는 본지가 최측근들이 회사 수십곳을 설립한 이유를 묻자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니까 나중에 통화하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이들 회사와 관련한 제보자는 "이들 일당은 차명으로 된 수천억에 달하는 돈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찾기 위해 다양한 법인에 투자해 왔다"며 "자신들에게 돈을 맡겼던 고객 중 괜찮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으면 역으로 투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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