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 김씨는 미국 명문대 출신으로, 2014년 부산의 한 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다 수강생이었던 이씨를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시신 은폐 결심한 범인…야산에 시멘트 암매장김씨를 살해한 후 이틀간 시신과 함께 생활하던 이씨는 치밀하게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사전에 스마트폰으로 암매장할 장소를 물색하고 시멘트 시공 방법 등을 검색했던 이씨는 암매장 작업에 필요한 고무대야, 시멘트, 삽 등을 구입한 뒤 인적이 드문 충북 제천의 야산으로 향했다.

시신을 유기한 뒤에는 경기도 수원과 용인 등지를 차로 돌아다니며 시체 유기에 쓴 도구들과 피해자의 옷가지를 공사장과 길거리 곳곳에 나누어 버렸다. 사체 유기·은닉 후에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출근하기도 했다.
또한 이씨는 김씨를 살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7일부터 16일 자수하기 전까지 15일간 김씨의 휴대폰으로 김씨의 아버지, 동생, 후배 등과 50여차례 메시지를 주고받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출근했냐"고 묻는 김씨 아버지 문자에 "응 일찍 출근해"라며 태연히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 심지어 이씨는 어버이날에도 김씨인 척 그의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시신 암매장해 완전 범죄 꿈꾸던 이씨, 범행 17일 만에 자수

이씨는 11일 렌터카를 반납한 뒤 경기도 용인 친구 집에서 숨어 지내다 16일 부산으로 갔고, 18일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경찰에 "내가 여자친구를 죽였다"고 자수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9일 서울 관악경찰서로 인도된 뒤 20일 구속됐다.
자수 전 손목을 그어 자해를 시도했던 이씨는 직접 119에 전화하는가 하면 왜 빨리 구급차가 오지 않느냐고 재차 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호텔에서 목을 매려 했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어 술을 마신 뒤 새벽에 흉기로 왼쪽 손목을 긋고 쓰러져 잠들었다가 일어나 자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체포 당시 이씨는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 경찰은 19일 오후 이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이씨가 범행 전부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살해 후 시신 유기까지 '죄질 불량'…이씨 징역 18년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엄상필)는 이씨의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대법원 양형 기준 상한인 징역 13년보다 높은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결코 회복될 수 없는 피해를 입혀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범행 직후 피해자와 나눈 휴대전화 문자를 없애고 사체 유기를 위한 도구를 준비하는 등 범행 정황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이듬해인 2016년 5월 12일 열린 2심 재판에서도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결별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를 살해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의 시신을 멀리 산 속으로 옮겨 구덩이를 파고 시멘트로 붓는 등 시신을 유기하는 범행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는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마치 피해자가 살아 있는 것처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며 "피해자 유족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1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6년 8월 14일, 대법원 역시 징역 18년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