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굴뚝을 기다리며' 재공연, 굴뚝 위에서 굴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머니투데이 로피시엘=박영복 기자 2023.04.3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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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오마주 작품, 사회 현실 풍자·위트 가득 이해성표 부조리극
5월 25일~6월 11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당신은 혹시 살고 있으면서, 삶을 기다리고 있지 않나요?"

/사진제공=극단 고래/사진제공=극단 고래


작품 내내 언어유희와 놀이를 통해 실소와 폭소, 비극성과 희극성을 넘나들었던 '굴뚝을 기다리며'가 2021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5월 25일부터 6월 11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재공연된다.

연극 '굴뚝을 기다리며'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베케트의 대표작인 『고도를 기다리며』는 오지 않는 고도를 한없이 기다리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삶을 '기다림'으로 단순하게 정의하고, 한정적인 삶의 시간에서도 끝없는 기다림을 지속하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과 아이러니함을 가감 없이 나타낸 부조리극이다.

/사진제공=극단 고래/사진제공=극단 고래
이처럼 베케트가 인간의 고도를 향한 기다림을 통해 '실존'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처럼, '굴뚝을 기다리며' 역시 해고노동자들의 '실존'을 위한 저항적인 행위로써의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작·연출을 맡은 이해성은 그간 노동자들과 지속적인 연대활동을 쌓아왔다. 그 경험과 질문을 토대로 원작에 대한 각색을 넘어, '고도를 기다린다'는 모티브만을 차용해 굴뚝에 올라 굴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다시 쓰기 했다.

/사진제공=극단 고래/사진제공=극단 고래
홍철희, 오찬혁, 사현명, 김재환, 김예람이 출연하는 '굴뚝을 기다리며'는 작품 내내 지속되는 언어유희와 놀이를 통해 실소와 폭소, 비극성과 희극성을 넘나듦으로써, 기술로 대체되는 인간노동의 문제와 동시대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노동현실을 독특한 방식으로 증언한다.

2021년 초연 이후 불과 2년 만에 하는 재공연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동시대 사회상을 고려할 때 작가는 텍스트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노동 환경의 빠른 변화 속에서 노동(권)에 대한 인식은 더더욱 빠르게 퇴보하고 있다. 또한 인간 노동의 종말을 정말이지 실현해낼 것 같은 '챗GPT'의 등장, 가상세계에서 새로운 노동/놀이 문화를 보여주는 '메타버스'등, 새롭게 등장한 노동환경에 대한 성찰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극단 고래/사진제공=극단 고래
올해 재공연되는 '굴뚝을 기다리며'는 한국 사회에서의 노동자는 물론이고 한 인간으로서의 노동과 실존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극단 고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지원 사업으로 "고래, 혐오의 물결을 거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차 년도인 올해는 '계급/젠더적 대립과 차별을 넘어"라는 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예술경영 우수사례 선정을 비롯 2017년 제66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연극부문 문화상 수상, 2016년 제3회 서울연극인대상 <불량청년> 대상 수상, 2015년 제36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불량청년> 영상상 수상, 2014년 제7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빨간시>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강애심)을 수상한 바 있다. 티켓예매는 인터파크나 네이버에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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