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건 처음이다. 임기 중 전문경영인, 장남인 심승규씨 등과 각자대표 체제를 꾸린 적은 있지만 대표직을 내려놓은 적은 없다. 심 회장이 이번에 대표직에서 물러난 사정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다. 경영권 분쟁 여파로 알려졌을 뿐이다.
파나진 (3,545원 ▲95 +2.75%)은 지난 14일 김성기 창업자를 해임하고 김명철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소액주주 측에서 경영권 분쟁 승리 후 대표이사 교체를 선택한 것이다. 파나진은 소액주주들과 2020년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소액주주 측은 김서기 대표가 배우자가 설립한 진단시약 업체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에 파나진의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측 간 갈등은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 작년 더욱 격화됐다. 회사가 의혹을 부인했지만 소액주주들은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경영진 교체를 요구했다.
소액주주들은 작년 11월 김 전 대표 측 지분(작년 9월 말 기준 12.93%)을 넘어서는 지분(14.93%)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달 파나진 정기 주총에서 주주제안으로 부의된 사내이사 1명(김명철), 사외이사 2명(이규섭·김헌주)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감사 1명(기철)을 추가 선임하는 주주제안 안건도 가결됐다. 그 결과 파나진은 전체 이사회 구성원 7명 중 4명이 소액주주 측 인사로 채워졌고 대표이사 교체가 이뤄졌다. 현재 김 전 대표는 사내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2,520원 ▲50 +2.02%)는 지난 13일 조중명 대표가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고 발표했다. 회사를 창업한지 23년만에 퇴진이다. 조 전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아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에 오른 이는 정인철 파나케이아 대표, 신승수 크리스탈지노믹스 경영관리 부사장이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크리스탈지노믹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전문경영인들이다. 조 전 대표는 회사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도 2대주주로 있는 화일약품 공동대표 및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