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떠난 제약·바이오…경영진 대거 물갈이 진행중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3.04.28 13:57
제일바이오, 2세 단독 경영체제로
파나진, 소액주주 분쟁 후 대표 교체
크리스탈지노, 소유와 경영 분리 실현
제일바이오,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국내 바이오기업 창업자들이 이달 잇따라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표직을 떠난 사정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창업자가 떠나면서 회사 경영체제에 대대적 변화가 진행된다는 점은 유사하다.
28일 동물의약품 기업
제일바이오 (2,080원 ▼230 -9.96%)는 대표이사가 심광경 회장에서 심윤정 부회장으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심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이 가결돼 해임됐다"고 설명했다. 심 회장은 제일바이오(옛 제일화학공업)를 1977년 설립한 창업주다. 심 부회장은 심 회장의 장녀다. 가정의학과 원장으로 근무하다 작년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1년만에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제일바이오의 2세 경영체제도 본격화됐다.
심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건 처음이다. 임기 중 전문경영인, 장남인 심승규씨 등과 각자대표 체제를 꾸린 적은 있지만 대표직을 내려놓은 적은 없다. 심 회장이 이번에 대표직에서 물러난 사정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다. 경영권 분쟁 여파로 알려졌을 뿐이다.
또 한 번의 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있다. 심 회장 차녀인 심의정 전 제일바이오 사장이 사내이사 복귀를 앞둬서다. 해당 안건 결의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6월 예정돼있다. 성신바이오 부사장을 지낸 심 전 사장은 201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제일바이오 이사회에 처음 합류했다. 이후 2019년 재선임돼 총 6년간 재직하다 작년 3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심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장남 심승규 전 대표는 2016년 사임 후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고, 최근 보유주식 대부분도 장내 매도했다.
파나진 (4,275원 ▼125 -2.84%)은 지난 14일 김성기 창업자를 해임하고 김명철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소액주주 측에서 경영권 분쟁 승리 후 대표이사 교체를 선택한 것이다. 파나진은 소액주주들과 2020년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소액주주 측은 김서기 대표가 배우자가 설립한 진단시약 업체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에 파나진의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측 간 갈등은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 작년 더욱 격화됐다. 회사가 의혹을 부인했지만 소액주주들은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경영진 교체를 요구했다.
소액주주들은 작년 11월 김 전 대표 측 지분(작년 9월 말 기준 12.93%)을 넘어서는 지분(14.93%)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달 파나진 정기 주총에서 주주제안으로 부의된 사내이사 1명(김명철), 사외이사 2명(이규섭·김헌주)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감사 1명(기철)을 추가 선임하는 주주제안 안건도 가결됐다. 그 결과 파나진은 전체 이사회 구성원 7명 중 4명이 소액주주 측 인사로 채워졌고 대표이사 교체가 이뤄졌다. 현재 김 전 대표는 사내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3,130원 ▲30 +0.97%)는 지난 13일 조중명 대표가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고 발표했다. 회사를 창업한지 23년만에 퇴진이다. 조 전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아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에 오른 이는 정인철 파나케이아 대표, 신승수 크리스탈지노믹스 경영관리 부사장이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크리스탈지노믹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전문경영인들이다. 조 전 대표는 회사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도 2대주주로 있는 화일약품 공동대표 및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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