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환(왼쪽)이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피츠버그는 2015년 와일드카드 진출 후 계속해서 하위권을 전전했다. 시장 규모가 작은 스몰마켓팀인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올 시즌 피츠버그의 팀 전체 연봉은 7600만 달러(리그 27위)로 류현진(36·토론토) 한 명이 3년 전 따낸 FA 총액보다 적다.
하지만 25경기를 치른 현재, 피츠버그는 승률 0.680(17승 8패)으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팀 중 2위를 기록하는 반전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공격력과 투수진만 보면 팀 OPS 전체 7위(0.770), 평균자책점 8위(3.66)로 메이저리그 최상위권 팀이라 볼 순 없다. 점수를 내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꼽히는 홈런의 개수는 리그 공동 14위(28개)로 중위권이다.
볼거리가 풍성해짐은 물론이다. 그 때문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도루 성공률과 숫자를 늘리기 위해 올 시즌부터 베이스 크기를 넓히고 피치 클락 제도를 도입했다. 피츠버그와 클리블랜드는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수혜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들이다. 클리블랜드 역시 팀 홈런이 13개로 리그 29위에 불과함에도 적극적인 도루로 득점 루트를 다양화하면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2위에 올라와 있다.
배지환(가운데)./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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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첫 타석 삼진으로 물러난 배지환은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LA 다저스 선발 토니 곤솔린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기록했다. 출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루를 훔쳤고 제이슨 딜레이의 희생번트 때 3루까지 진루했다. 브라이언 레이놀즈의 좌전 적시타 때는 홈을 밟으면서 이날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기록했다.
활약은 계속됐다. 6회말 1사 2루에서 중전 안타로 출루한 배지환은 딜레이의 1타점 적시타 때 2루에 도달했고 곧장 3루를 훔쳤다. 후속타 불발로 홈을 밟진 못했으나, 다음 타석에서 기어코 홈을 밟았다.
7회말 2사 1, 2루에서 내야 안타로 출루한 배지환은 로돌포 카스트로와 함께 더블 스틸에 성공했고 딜레이의 적시 2루타 때 팀의 마지막 점수인 8점째의 주인공이 됐다. LA 다저스는 배지환의 3도루 포함 무려 6개의 도루를 허용하며 1-8 대패를 당했다.
배지환이 한 경기 3도루를 기록한 것은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한 경기만에 메이저리그 전체 도루 공동 2위로 올라섰다. 1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와 3개 차. 팀 도루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숫자를 책임지면서 '달리는 해적선'의 상징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