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르카 이강인(가운데)이 지난 24일(한국시간) 헤타페와 홈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동료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마요르카 구단 SNS
올 시즌을 마치고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빅 클럽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강인은 이처럼 자신의 상품성을 높였다. 만약 이강인의 이적이 성사된다면 마요르카는 올 시즌 클럽의 핵심 선수 중 하나로 성장한 유망주를 잃게 되지만 반대로 두둑한 이적료 수입을 챙길 수 있다.
10년 전인 2013년 라 리가는 부채 비율이 높은데도 선수 연봉에 많은 돈을 무분별하게 쓰는 클럽들이 많아지자 샐러리 캡 제도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수입에 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해 발생했던 클럽의 부실경영은 상당 부분 해결됐다.
스페인 정론지 '엘 파이스'는 지난 3월 14일 기사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매체는 "2021~2022 시즌부터 현재까지 EPL 클럽들이 선수 영입에 사용한 금액이 라 리가에 비해 18배나 많았다"고 밝혔다. 스타 선수를 모셔오기 위해선 고액 연봉을 제시해야 하지만 적지 않은 라 리가 클럽들은 샐러리 캡 때문에 선수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선수 연봉 지출을 아껴야 하는 대다수 라 리가 클럽들은 최근 샐러리 캡 규정이 심화되면서 어떻게 하면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클럽 운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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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르카 선수들. /AFPBBNews=뉴스1
이들은 마요르카 클럽의 수입 증대를 위해 NBA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방식을 적용했다. 대표적으로 이들은 값비싼 NBA 코트 사이드 좌석과 유사하게 마요르카 홈구장 피치 사이드에 VIP 관중을 위한 좌석을 새롭게 구성했다. VIP 관중들이 선수들의 플레이 모습을 좀더 생동감 있게 관전하기 위한 배려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마요르카는 라 리가 최초로 '터널 클럽'도 만들었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터널 클럽'에 가입한 팬들은 선수들이 드레싱 룸에서 나와 그라운드에 나설 때 선수들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전을 누릴 수 있었다. 스페인 축구장에서 볼 수 없었던 마요르카의 특별한 팬 마케팅은 NBA의 방식을 벤치마크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두 방식 모두 마요르카의 수입 증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인구 1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마요르카 섬에 위치한 마요르카 구단은 대다수의 라 리가 클럽에 비해 수익구조가 안정되지 않아 선수 연봉이나 이적료에 넉넉한 투자를 하기 힘들다.
2022~2023 시즌 기준으로 마요르카의 샐러리 캡은 4970만 유로(약 737억 원)에 불과하다. 이 부문 라 리가 1위인 레알 마드리드의 6억 8350만 유로(약 1조 138억 원)에 비하면 겨우 14분의 1 수준이다. 선수에게 쓸 수 있는 금액이 턱없이 적은 셈이다.
마요르카의 샐러리 캡은 라 리가 전체 20개 클럽 가운데 16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샐러리 캡 순위는 4위지만 성적은 11위인 세비야나 샐러리 캡 9위에 리그 순위는 16위에 그치는 발렌시아와 비교해 보면 마요르카가 얼마나 저예산 고효율 운영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미국 스타일의 프로 스포츠 팀 운영에 익숙한 마요르카 클럽 수뇌부들은 구단의 장기적인 리빌딩을 기획하고 있다. 짧은 시기에 몇몇 스타 선수 영입으로 팀 성적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스몰 클럽' 마요르카는 지난 2021~2022 시즌에 1부리그인 라 리가로 승격해 올 시즌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라 리가의 샐러리 캡 제도와 적은 재정 수입의 압박 속에서 마요르카와 이강인이 올 시즌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종성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