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응이 중요한데, 전세사기에 정부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정치적 문제를 떠나, 법적으로만 보면 경제적 피해는 '범죄피해자 보호법'이 정한 '구조대상 범죄피해'(생명 또는 신체를 해치는 범죄로 사망하거나 장해 또는 중상해를 입은 것)에 해당하지 않아 전세사기 피해를 국가재정으로 회복시킬 법률의 근거는 마땅치 않다. 정부가 피해액을 직접 보전해 주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도 있는데, 공무원의 과실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도 쉽게 인정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방안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모든 범죄 피해자에게 '원인 제공', '부주의'와 같은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되고, 공인중개사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한 사기범죄라면 더더욱 피해자에 잘못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통의 서민은 국가로부터 '공인'을 받은 중개소에 찾아가 전셋집을 구하고, 그곳에서 발급받은 등기부의 내용을 중개사로부터 전달받으며, 중개사를 통해 집주인의 상태를 확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행 등기부로는 임대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고, 등기의 공신력도 인정되지 않아, 아무리 꼼꼼하게 등기부를 살펴보더라도 서민의 전재산인 보증금을 노린 범죄를 온전히 피해가기 어렵다.
모든 범죄를 사전에 발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공인중개사가 개입된 사기범죄라면 예방할 기회는 없었을까?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개설등록을 마친 공인중개사만이 '공인중개사사무소', '부동산중개'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고, 국토교통부장관, 시ㆍ도지사 및 등록관청은 부동산투기 등 거래동향을 파악하거나 법 위반행위를 확인하기 위해 공인중개사에게 업무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자료의 제출과 같은 명령을 할 수 있으며, 소속 공무원을 통해 중개사무소에 출입해 장부ㆍ서류 등을 조사 또는 검사하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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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으로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중개업무를 하는 대부분의 중개사무소를 조사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위와 같은 법규정을 근거로 기민하게 대응했다면 일부 공인중개사의 반복된 범죄 행위로 인한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공범 중 일부가 공인중개사라면, 경찰과 검찰은 왜 빨리 그 주범을 잡아 법의 심판대에 세우지 못했는지도 아쉬운 부분이다.
전세사기의 피해자들은 그저 보금자리 하나 마련하려고 했을 뿐이고, 국가가 관리해야 할 공인중개사와 등기부를 믿었다가 피해를 입었다. 어떤 대책이 마련되든, 그 믿음이 다시 배신당해 피해자들이 또 다른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김태형 법무법인(유) 지평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