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증시, 실적이 답…어닝 서프라이즈에 주가도 '쑥'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4.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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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1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실적에 따라 주가 희비도 갈린다. 미국발 은행 위기와 반대매매 우려 등으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에도 깜짝 실적을 기록한 기업은 주가도 승승장구한다. 반면 실망스런 실적은 내놓은 기업은 폭락을 면치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깜짝 실적이 기대되는 개별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6일 오전 11시20분 기준 현대차 (237,000원 ▼7,000 -2.87%)는 전일 대비 1500원(0.75%) 오른 20만25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에는 반대매매 공포에 코스피 지수가 1.37% 급락했음에도 현대차만 나홀로 5% 가까이 급등했다.



비결은 실적이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4.7% 증가한 37조7787억원, 영업이익은 86.3% 늘어난 3조592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증권가 전망치인 영업이익 2조9000억원을 상회하는 깜짝 실적임과 동시에 국내 상장사 중 최고 실적이다. 현대차의 분기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를 넘어선 건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이다.

호실적 배경은 공급망 문제 해소로 인한 생산·판매량 정상화와 판매단가 상승, 부가가치가 높은 SUV(스포츠유틸리티) 비중 증가,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은 예상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며 "인센티브와 양호한 환율에서 견조한 판매증가가 이어지고 있어 실적호조가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실적 발표가 예정된 기아 (112,000원 ▼1,600 -1.41%) 역시 호실적 전망이 나오며 주가가 강세다. 현재 전일 대비 600원(0.69%) 오른 8만7200원에 거래 중이다.

기아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26.8% 늘어난 23조284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6% 증가한 2조3229억원이다. 이익 전망치는 1달 전보다 14.5% 상향 조정됐다. 실제 이익이 전망치를 상회할 경우 주가가 추가 상승할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반면 실망스런 실적을 기록한 천보 (87,800원 ▼300 -0.34%)는 주가 폭락을 피하지 못했다. 천보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50.15% 감소한 470억원, 영업이익은 90.92% 줄어든 16억37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전망치(104억원)을 한참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날 주가는 14.85% 급락했다. 이날도 전일 대비 5% 가까이 하락 중이다.

미국도 실적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미국 장 마감후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1분기 주당순이익(EPS)이 2.45달러로 전망치(2.24달러)를 9.3% 상회했다. 매출액 역시 전망치(511억달러)를 웃도는 529억달러를 기록했다. 시간외 주가는 8.5% 치솟은 298.86달러를 나타냈다. 이날 밤 정규장에서도 이 가격이 유지된다면 52주 신고가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1분기 주당순이익 1.17달러로 예상치(1.08달러)를 상회했다. 특히 클라우드 사업이 영업이익 1억9100만달러 사상 처음 흑자전환했다고 밝히며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졌다. 시간외 주가는 1.44% 상승 마감했다.

이밖에 펩시코, 무디스, 치폴레, 킴벌리클라크,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시장 전망치보다 양호한 실적을 내놓은 기업들은 정규장 혹은 애프터마켓에서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반면 퍼스트리퍼블릭뱅크는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33% 감소했고 예금액도 지난해말 대비 4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심은 급격히 냉각됐다. 이날(25일) 주가는 하루만에 49% 폭락했다. 은행 위기가 재부각 되면서 이날 미국의 주요 은행주들 역시 일제히 급락했다.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질수록 실적에 따른 주가 차별화는 더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최근 증시 전체의 상승 동력이 약해지고 기업들의 실적 악화도 부각되는 상황이어서 깜짝 실적을 기록한 종목의 주목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이익 전망치가 상향된 업종에 주목한다. 각 증권사가 내 놓은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호실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중 전망치도 1주일 전보다 상향된 기업은 한전KPS (36,300원 ▼100 -0.27%), 현대코퍼레이션 (17,770원 0.00%), 티웨이항공 (2,780원 ▲160 +6.11%), 호텔신라 (60,600원 0.00%), LS ELECTRIC (98,400원 ▼400 -0.40%), 태광 (12,420원 ▼10 -0.08%), 삼성증권 (40,700원 ▲100 +0.25%), JYP Ent. (71,000원 ▼1,500 -2.07%), 하이브 (229,000원 ▲5,000 +2.23%), 포스코인터내셔널 (53,200원 ▼1,400 -2.56%), 동원F&B (33,550원 ▲400 +1.21%), 펄어비스 (30,350원 ▼300 -0.98%), 한국가스공사 (27,250원 ▲50 +0.18%), 농심 (372,500원 ▲500 +0.13%) 등이다.

한전KPS는 원자력발전 사업 기대감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철강 가격 상승과 중남미 지역에서의 승용부품 매출 증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항공과 호텔·레저 업종은 중국의 경기 반등 기대감이 작용 중이다. 엔터 산업은 글로벌 K팝 인기와 멀티 레이블 체제 도입으로 지속적인 외형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와 경기 둔화 우려에도 미국 빅테크 기업이 실적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는 점은 주가의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이라며 "당분간 향후 기업 실적과 5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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