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융자는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주가 상승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폭은 배로 늘어난다. 주가가 담보비율(140%)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강제 반대매매를 실행해 하락폭을 더 키우기도 한다. 전날 하한가를 맞은 종목 역시 신용융자 반대매매에 의한 하락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가 나왔다는 점에서 CFD(차액결제거래) 계좌의 반대매매가 낙폭을 키운 것으로 보기도 했다. 정확한 원인은 알기 어렵지만 과도한 신용이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성홀딩스, 삼천리 등 몇 개 종목은 주가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며 이날까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여전히 빚투 가능…연쇄 폭락주의보문제는 아직도 신용융자 부담이 높은 종목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전날 하한가를 기록했던 종목은 대부분 신용융자 잔액 비율이 10%대 이상이고 최근 신용공여 비율 역시 20~30%대로 평균보다 높았다. 하한가 종목을 제외하고 24일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신용융자 잔액이 많은 주요 종목은 영풍제지, 한신기계, 혜인, 써니전자, 태경비케이, 우진, 미래산업 등이다. 코스닥은 우리넷, 빅텍, 제주반도체, 모아데이타, 오픈베이스, MDS테크, 희림, 삼진엘앤디 등이 있다. 대부분은 신용융자 잔액이 10% 이상이고 신용공여 비율도 10~20%를 웃돌지만 이 중 일부는 여전히 신용을 이용한 투자가 가능하다. 이 팀장은 "24일 하한가 종목들은 공통적으로 신용융자 잔액 비율과 공여율이 과도한 수준이었다"며 "주가 하방위험이 발생할 경우 급매 현상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종목의 반대매매로 발생한 주가 급락은 시장 전체의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진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2500선이 무너지며 전일 대비 34.48포인트(1.37%) 급락한 2489.02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16.52포인트(1.93%) 떨어진 838.71에 마쳤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진 가운데 일부 종목의 급락은 차익실현의 빌미로 작용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 본부장은 "레버리지 이슈로 일부 종목의 급락이 발생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불공정거래와 변동성 확대에 예의주시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비공개 임원회의에서 "주식·채권시장 등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투자로 인한 손실 위험 증가가 우려된다"며 "금융당국의 적극적 시장감시와 함께 금융회사도 분위기에 편승한 부당권유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SG증권을 통해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경위와 주가조작 개연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가조작 사건과 전날 하한가 동향은 개연성이 떨어져 보이긴 하지만 누가 매도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