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에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성비위 매뉴얼' 표준화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2023.04.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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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서 지적..올해까지 매뉴얼 수립·배포

지난해 9월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문구를 적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9월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문구를 적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시가 지난해 9월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을 계기로 투자출연기관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폭력 사건 대응 표준안을 새롭게 마련한다. 기관마다 자체적으로 매뉴얼을 만들어 성비위 사건 대응과 예방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와 산하 기관 서울여성가족재단은 내달부터 투자출연기관 '성비위 대응 매뉴얼 표준안' 정비에 들어갔다. 올해까지 매뉴얼 표준안을 마련해 배포하고, 내년부터 매뉴얼 성별영향평가와 직원 대상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



시는 우선 기관별로 시행 중인 성희롱·성폭력 사건 대응 매뉴얼을 점검한다. 또 각 기관에서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고충 상담원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매뉴얼 마련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여성가족부가 매년 권고하는 '공공부문 성희롱, 성폭력 사건 대응 매뉴얼'도 참조한다. 이 메뉴얼은 △상담신청·신고·인지 △상담 실시 조사신청 및 접수 △조사 △위원회 심의 및 조치 결정 △종결 및 재발 방지 대책 등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눠 절차와 유의 사항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 /자료=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의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 /자료=여성가족부
시는 이번 표준안을 통해 투자출연기관의 성비위 사건 처리에 대한 통일성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기관마다 (성비위 사건 대응과 관련해) 전문성이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는 지적이 있어 표준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매뉴얼을 배포한 뒤 내년부터는 해당 매뉴얼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교육이 잘 이뤄졌는지 등 점검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투자출연기관의 성비위 대응 매뉴얼에 대한 문제점은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직원인 전주환이 동료 역무원을 살해한 '신당역 스토킹 사건'을 계기로 더욱 부각됐다. 지난해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당시에도 관련 지적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전주환은 범행 전인 2021년 10월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고 만남을 강요해 피해자에게 고소당한 뒤 직위해제를 당한 바 있다.

시는 표준안 마련과 함께 현재 2차 가해가 발생했거나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등 투자출연기관이 성비위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경우 경영평가 시 별도 감점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100점 만점 중 2점 정도에 그쳐 비중은 크지 않다. 여가부 매뉴얼과 관련해서도 기관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마련은 필수지만 자체 사건처리 매뉴얼은 권고사항이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점검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각 투자출연기관이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철저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모니터링과 성별영향평가 등을 통해 자리 잡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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