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30조원 시대...과학사업화로 '딥테크 유니콘' 키울 것"

머니투데이 대전=류준영 기자 2023.04.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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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KST) 신임 대표
"모더나 키운 美 벤처캐피탈처럼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도약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사진=KIST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사진=KIST


"극지에 사는 미생물을 이용해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신품종을 개발한 농업기술 분야 최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인디고 애그리컬처와 mRNA 백신을 개발해 코로나19로부터 인류를 구한 모더나를 키운 플래그십파이오니어링(미국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벤처캐피탈)처럼 미래 시장을 주도할 딥테크(첨단기술)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육성하는 창업생태계 촉진자가 되겠다."



지난 4일 한국과학기술지주(KST) 신임 대표로 취임한 최치호 대표는 제4대 사령탑에 오른 각오를 이 같이 밝혔다. 대전 유성구 동룡동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우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복합적인 위기와 불확실성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고, 정부는 어려운 환경을 과학기술 혁신으로 극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런 중요한 시기에 KST가 그저 공공기술창업 엑셀러레이터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독보적인 딥테크 유니콘을 발굴·육성하는 글로벌 엑셀레이터로 자리매김할 것인지 새도약을 이뤄내야 할 골든타임에 있다"고 말했다.

"국가 R&D 30조원 시대...과학사업화로 '딥테크 유니콘' 키울 것"
KST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17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공공기술사업화 활성화를 위해 공동 설립한 기술지주회사다.



최치호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사업단장, 서울홍릉강소특구단장,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장 등을 역임한 공공기술이전·사업화 전문가다.

지난 10년간 KST는 조용히 성장했다. 2023년 3월말 기준 138개 출자회사에 537억원을 투자했고, 이들 기업은 3414억원의 후속투자를 유치했다. 또 313억원을 회수하고 413억원의 펀드를 결성하는 등 튼튼한 내실을 다졌다. 특히 연구소기업 브이앤아이솔루션을 국내 반도체 장비 글로벌 1위 기업에 M&A(인수·합병)시키는 등 출연연의 기술사업화 기반을 다지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 기업당 평균 5억원 정도 프리시리즈A 투자에 집중하고, 단기 회수해 재투자하는 KST의 운영 방식이 민간투자사와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대규모 비용과 중장기 투자를 특성으로 한 기술 기반 창업기업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한 당초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대표는 이에 대해 "취임식에서 이런 정체성 문제를 뛰어 넘어 미래 성장동력 창출의 핵심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다"며 "앞으로는 사회적인 언맷니즈(Unmet Needs·미충족 수요)가 있는 부분들을 해결할 기술을 지닌 좋은 창업팀을 만들어 성장시키는 '기획형 창업'을 활성화하는 등 딥테크 전문 컴퍼니빌더 역할을 강화해 질적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 집무실에서 만난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 신임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대전 집무실에서 만난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 신임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그러면서 "5년 전부터 에트리(ETRI)홀딩스, 카이스트홀딩스, KIST홀딩스 등이 생겨 나고 있다. 기술이전·사업화가 '창업 사업화' 혹은 '직접 사업화'로 판이 바뀌고 있는 모습"이라며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시리즈A, B까지 후속투자하는 등 활동의 진폭을 넓혀 딥테크 혁신이란 거대 물결을 만드는 탄 전략적 투자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새로운 비전을 '미래를 여는 딥테크 창업의 글로벌 허브, 빅(BIG) KST 도약'으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3대 발전 전략을 짜고 있다고 했다. 이는 취임 후 3개월 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기관장 경영계획서에 담길 예정이다.

먼저 안정적·장기적 투자구조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공공기술 기획창업 펀드, 딥테크 전용 중장기 투자펀드, 성장기업 스케일업 펀드 등을 민간 파트너들과 공동 조성해 성장 전주기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 및 벤처캐피탈(VC)과의 협력 채널을 구축해 공동 프로그램과 펀드를 조성하는 등 국내 재무적 투자자 중심에서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로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특히 글로벌 빅파마 제네텍 사례처럼 국가 R&D가 고부가가치 신사업과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제넨텍은 1978년 벤처투자자 밥 스완슨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 분교(UCSF)에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연구하던 허버트 보이어 교수가 공동 창업한 바이오 기업이다. 세계 최초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1998년), 림프종 치료제 리툭산(1997년) 등 10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잇따라 선보이며 글로벌 빅파마 반열에 올라섰다.

최 대표는 "옛날엔 사이언스와 비즈니스가 떨어져 있었는데 제넨텍 사례는 '사이언스도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을 이룬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최근 과기정통부도 '과학사업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딥테크 창업이 30조원이 넘는 국가 R&D(연구개발) 성과 개선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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