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때문에 시험 망쳤어"…미셸 오바마에 화난 홍콩 학생들, 왜?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3.04.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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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  /사진= AFP·뉴스1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 /사진= AFP·뉴스1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홍콩 수험생들에게 악플 세례를 받고 있다. 대입 시험 영어 과목에 오바마 여사의 자서전 일부를 활용한 문제가 나왔는데 해당 문제가 지나치게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2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21일 홍콩에서 치러진 대입 시험(DSE) 영어 과목에 오바마 여사가 쓴 어머니의 날 에세이와 그의 자서전 '비커밍'의 일부가 지문으로 출제됐다.



DSE의 필수 4과목 중 하나인 영어 과목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로 구성된다. 이 중 읽기 부문은 필수 A 파트와 선택인 B1, B2 파트 중 하나를 골라 치러야 한다.

최고점인 5점을 받기 위해서는 조금 더 어려운 B2파트를 선택해야 한다. 올해 B2 파트의 지문에는 오바마 여사가 쓴 글들이 지문으로 출제됐다.



해당 지문에 대해 학생과 교사들은 최근 몇 년간 치러진 시험 중 가장 어려운 독해 문제라는 반응을 내놨다.

영어 교사 애슐리 리는 SCMP에 "올해 영어 B2 파트가 가장 어려웠다"며 "오바마 여사의 글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형용사, 비속어들이 많이 포함됐고 비판적 사고와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능력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특히 고난도 문제로 화가 난 일부 수험생은 오바마 여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몰려가 욕설과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다. 한 학생은 오바마 여사의 인스타그램에 "당신은 내 2023년 DSE를 2024년 DSE의 모의시험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적었다. 해당 댓글에는 7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리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내가 5점을 받지 못하면 그건 당신의 책임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학생들의 무례한 행동이 논란이 되자 홍콩 시험평가 당국 대변인은 "수험생들이 시험 결과를 걱정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때는 예의 바르고 정중해야 한다"며 "영어 독해 지문을 고를 때 우리는 수험생들의 언어 능력과 함께 지문의 흥미도와 교육적 중요성 등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한편 홍콩 학생이라고 본인을 밝힌 일부 누리꾼들은 악플에 사과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여기 댓글을 남긴 홍콩 사람들을 대신해 사과하고 싶다"며 "당신의 자서전은 아름답게 쓰였고 대단한 읽을거리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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