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에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D램 세계 3위인 마이크론은 지난해 중국에서 33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연간 매출 308억 달러의 11% 수준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 비중이 30%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낮다.이같은 사정을 아는 중국 정부는 마이크론이 없더라도 시장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렸을 수 있다. 중국 내 대규모 공장을 가동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정책적으로 집중 육성중인 중국 로컬업체들이 공백을 무리 없이 메울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의 이같은 요구는 개연성이 적지 않다. 미국은 첨단기술 시장에서 '중국의 고립'을 원한다. 기술적 격차를 좁히지 못하게 하는 게 최우선이다. 낙후된 기술은 곧 시장에서 퇴출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빈 자리를 메우지 못하도록 하려는데도 이같은 이유가 있을 것으로 풀이한다.
국내 업계는 마이크론의 지난해 D램 매출액은 195억2500만 달러. 중국 비중을 10%로 단순 가정했을 때 중국에서의 D램 매출은 약 2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한다. D램 업계 4위 난야의 연 매출(19억4100만 달러)와 유사한 규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첨단 제품이 중국 시장에 추가로 풀리지 않을 경우,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중국 반도체 고객사들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반도체'를 대표하는 마이크론은 이미 중국의 제재 가능성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내놓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론은 "중국 정부가 시장 참여를 제한하거나 중국 기업과 효과적으로 경쟁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일부 경쟁자들은 이같은 정책의 혜택을 볼 것이며, 우리에게 적용됐던 규제를 받지 않아 추가적인 매출 기회가 생기게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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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업계는 보도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가운데 "아직까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별도의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너무 민감한 내용"이라며 "(사실이라고 해도) 실제로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해외 개별 기업의 판매까지 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정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 측으로부터)연락 오거나 협의한 바 없다 는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순방 시 의제가 될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 쪽에 요청한 것이 없어 현재로선 논의 계획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미국의 최근 행보를 예사롭게 봐서는 안된다는 분석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 또다른 요청이 있을 수 있고, 더 큰 것도 요구할 수 있어 (우리 기업 입장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요청을 따를 경우) 중국 내 한국기업들의 공장들은 제재를 받거나 세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우리 기업들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