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헐리우드 배우 기네스 펠트로(오른쪽)와 그의 딸 애플 마틴. /사진=기네스 펠트로 인스타그램
미국 유명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2019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딸 애플 마틴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자 애플이 단 댓글이다. 사진 속 그녀는 스키 고글을 쓰고 있어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기 어렵지만 엄마가 본인 허락 없이 사진을 올린 것에 불쾌함을 나타냈다. 이는 '셰어런팅' 논란에 불을 댕겼다. 셰어런팅이란 공유(share)와 육아(parenting)의 합성어로 자녀의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아동청소년의 잊힐권리 보호정책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이같은 셰어런팅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셰어런팅으로 부모를 고소한 사건도 있다. 2016년 캐나다에서 대런 랜달(당시 13세)은 부모가 나체사진 등 아기 때 창피한 모습을 10년간 SNS에 올려놨다며 35만 캐나다 달러(약 3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런은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법적으로 스스로 보호할 수 있게 하려고 부모를 고소했다"라며 "(합의금은) 10년간 굴욕에 비하면 적은 돈"이라고 말했다.
/사진=세이브더칠드런
영국 대형금융사 바클레이즈는 2030년 젊은층 대상 신원 사기의 3분의 2가 셰어런팅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조디 길버트 바클레이즈 디지털 안전 책임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기범들이 누군가의 신원을 도용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고 경고했다.
실제 유니세프 노르웨이위원회에 따르면 아동이 평균 12살이 될 때까지 부모가 SNS에 공유하는 자녀 사진은 1300장에 달한다. 이에 위원회는 자녀 동의를 받는 것을 넘어 온라인에 자녀 사진을 공유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에서도 세이브더칠드런 조사결과 0~11세 자녀를 둔 부모의 86.1%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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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위, 셰어런팅에도 '잊힐권리' 적용 준비
/사진=세이브더칠드런 유튜브 영상 캡처
이미 유엔은 디지털 환경에서 보장해야 할 아동 권리 중 하나로 '프라이버시권'을 명시하고 국가가 정정·삭제권, 철회권 등을 보장할 것을 권고한다. 유럽연합 GDPR(일반개인정보보호법) 역시 아동·청소년기에 수집된 개인정보는 삭제권과 잊힐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CCPA(캘리포니아 소비자 프라이버시법)도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잊힐 권리를 규정했다.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아동학 교수는 지난해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보호 정책토론회'에서 "이번 생은 다들 처음인 것처럼 우리 모두 디지털화된 환경에서 처음 살고 있다"며 "셰어런팅도 부모들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측면이 있어서 관련 교육의 범주를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 기업 등까지 확산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