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빌트인가구 2조3000억원대 입찰담합…한샘 등 8개업체 기소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3.04.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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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사진은 31일 서울중앙지검 모습. 2022.7.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사진은 31일 서울중앙지검 모습. 2022.7.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축아파트 빌트인가구(특판가구) 담합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2조3000억원 규모의 입찰담합을 적발, 한샘 등 8개 법인과 가구사별 최고책임자 등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최양하 전 한샘회장과 한샘 특판사업부의 전무 한모씨와 상무 송모씨 등 12명과 주요 가구사 8개법인을 건설산업기본법위반,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직원 2명은 약식기소했다.



이번에 기소된 법인은 △한샘 △한샘넥서스 △넵스 △에넥스 △넥시스 △우아미 △선앤엘인테리어 △리버스 등 8곳이다.

검찰 수사결과, 8개 법인들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건설사 24개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현장 관련 약 783건의 특판가구 입찰담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찰규모는 2조3261억원에 달한다. 특판가구는 싱크대, 붙박이장과 같이 신축아파트에 빌트인 형태로 들어가는 가구를 말한다.



특판가구 입찰은 △입찰안내 △현장설명회 개최 △견적서 투찰 △낙찰업체 선정 순으로 이뤄지는데, 8개 법인들은 현장설명회 전후로 모여 시공입찰에 낙찰받을 순번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낙찰예정사는 타 가구사들에게 전화, 이메일, 모바일메신저 등으로 자사의 입찰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하고, 타사는 낙찰업체보다 높은 가격으로 투찰해 예정사가 최저가로 낙찰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제공=서울중앙지검/사진제공=서울중앙지검
이렇게 건설사로부터 특판가구를 낙찰받은 업체는 높은 공급단가로 신축 아파트 등에 빌트인가구를 시공했고 이 규모가 9년간 2조3000억원대 인것으로 나타났다. 빌트인가구는 아파트 분양가를 구성하는 요소로, 담합으로 인한 가구가격 상승은 장기적으로 아파트 분양가격을 상승시킨다.


이번 사건은 최초로 검찰의 '카르텔 형벌감면제도'(리니언시)를 통해 자진신고를 받아 직접수사에 착수한 건으로 주목받았다. 리니언시는 담합을 자발적으로 신고하고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한 자는 형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제도로 2020년 12월 대검찰청 예규로 시행 중이다. 이번 담합사건은 현대리바트가 지난해 5월 자진 신고하며 검찰의 직접수사가 시작됐다.

또 검찰은 공정위 고발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담합)와 건설산업기본법상 입찰방해 범죄의 구성요건이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 위반사항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와 공소제기가 가능하다.

그동안 담합사건은 법인에 대한 벌금형 처벌이나 실무자에 대한 기소에 머물러 실효성 있는 담합근절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빌트인가구 업계에 입찰담합 등 불법적 관행이 만연해 있었고, 관여한 임직원들도 별다른 죄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검찰은 담합의 최종책임자에게 강력한 형사책임을 물었다. 담합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고 그 이익을 향유하는 대표이사와 총괄임원에 대한 책임을 추궁한 것이다. 이번에 기소된 8개 법인 중 대표이사가 기소된 업체는 6개이며 그중 3개는 소위 오너로 불리는 대주주가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담합의 효율적 억제를 위해 개인처벌을 강조하는 글로벌 트렌드와 의사결정자의 책임이 가장 중요하다는 실체적 정의에도 부합한다"며 "반면 상급자의 의사결정을 수동적으로 이행하거나 상급자의 지시 아래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실무직원들은 불입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담합신고는 검찰과 공정위에 모두 접수돼 검찰수사와 공정위의 행정조사가 동시에 이뤄졌다"며 "양 기관은 수차례 고위급, 실무급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긴밀하게 소통해 원만한 결론을 도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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