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해결사'로 뜨는 中을 보는 '원조 해결사' 美의 복잡한 머릿속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3.04.19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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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코 "미국 정계, 중동 긴장 완화 이득으로 보지만 중국 영향력 확대 우려도"

왼쪽부터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왕자,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로이터=뉴스1왼쪽부터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왕자,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로이터=뉴스1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공식 초청하면서 양국 관계 개선 신호는 이어지고 있다. 이번 화해에 미국 대신 중재자 역할을 해낸 중국은 중동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를 보는 미국의 생각은 복잡하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에게 초청장을 보냈다"며 "리야드에 초청해준 것에 대한 답례"라고 밝혔다. 리야드는 사우디 수도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 이란은 시아파 대표 국가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의 후계자가 누구냐는 것을 두고 1400년 간 대립해왔다. 그러다 2016년 사우디가 테러 혐의로 사우디 내 소수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을 처형한 것을 발단으로 양국 외교는 단절됐다.

양국 외교관계는 중국의 중재로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달 10일 이란, 사우디는 중국과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주권 존중, 내정불간섭을 조건으로 안보협력협정과 무역·경제·투자 협정을 회복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CNN은 "미국 외교의 한계와 세계 질서 재편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외교 노력이 쌓인 결과"라고 평했다.



이에 따라 예멘 내전도 종식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예멘 내전은 명목 상으로는 수니파 정부군과 시아파 후티 반군의 갈등이었으나, 배후에서 각 종파를 지원하는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쟁으로 흘러갔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엔도우먼트는 "중국 중재로 사우디가 외교관계 회복을 선언하면 이란이 후티 반군 지원을 중단하기로 하는 거래가 성사됐다"고 전했다.

이란과 사우디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될 경우 대화를 주도한 중국의 중동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네기 엔도우먼트는 "서방의 힘을 빌려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사우디의 과거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며 "(서방의 지지에 대해) 사우디가 품고 있던 의구심을 이용, 중국이 '스폰서' 역할을 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동 내 중국 입지가 급부상할 조짐에 미국 정계는 술렁이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익명을 요구한 미 의원 비서의 발언을 인용해 "중동 내 군사적 긴장과 핵 위협이 감소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잘된 일이지만 중동에서 중국 입지가 너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며 "정치노선을 떠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카네기 엔도우먼트는 이란과 사우디가 화해에 나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비전2030'을 내걸고 대규모 경제전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란과 갈등은 비전2030 프로젝트에 방해만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 또 사우디가 이란을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군사적 긴장 고조는 물론, 핵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도 국교정상화로 실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반(反)히잡 시위와 경제제재 등으로 국내외 정세 모두 불안정하다. 카네디 엔도우먼트는 "이란은 중국뿐 아니라 사우디가 주도하는 중동 주변국들로부터 경제지원을 받아야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카네기 엔도우먼트는 중국이 대가 없이 중재자로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중동에서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라며 "외교안보는 이를 위한 수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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