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제외' 현대차·기아 흔들…"단기 악재 그칠수도"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4.18 11:30
글자크기

오늘의 포인트

현대차 아이오닉 5현대차 아이오닉 5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부 내용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며 국내 전기차 공급망 내에서도 희비가 갈린다.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현대차·기아의 주가는 흔들린 반면 배터리 업체들은 상승세를 이어간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 축소로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악재가 단기 조정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18일 오전 11시20분 기준 현대차 (235,000원 ▲4,000 +1.73%)는 전일 대비 3600원(1.85%) 하락한 19만1400원에 거래 중이다. 장중 3.5%까지 낙폭을 확대하다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시초가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기아 (110,400원 ▼1,800 -1.60%) 역시 전일 대비 1700원(2.01%) 내린 8만2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현대차와 기아가 최종적으로 포함되지 않으면서 주가는 흔들렸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IRA 세부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16개 전기차를 발표했다. 대상 차량은 △GM 쉐보레 볼트·이쿼녹스·블레이져 △캐딜락 리릭 △테슬라 모델3·모델Y △포드 F-150라이트닝·E-트랜짓·F-150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등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보조금을 받으려면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여야 한다. 북미에서 제조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하면 3750달러, 미국 혹은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 소재를 40% 이상 사용하면 나머지 3750달러를 받는다. 현대차의 GV70은 미국에 생산라인이 있지만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미국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거란 사실은 이미 지난달 IRA 세부지침이 공개될때부터 예견된 사실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주가 하락이 추가적인 악재 발생 때문이 아니라 뉴스가 최근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빌미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미국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거란 사실은 이미 알려진 뉴스"라며 "최근 깜짝 실적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하다보니 (이번에 기사가 나오며) 조정기를 거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시장이 우려하는 건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성장동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은 4.7%로 전체 6위를 기록했다. 핵심 판매 지역인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은 올해 1~3월 5.8%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유럽 점유율 역시 2021년 12.7%에서 올해는 9.1%로 떨어졌다.

관건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투자 확대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탑3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24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IRA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투자 확대와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보고 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며 "미국 현지 공장의 라인 전환을 통해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오닉 등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경쟁력을 봤을 때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 뒤지지 않는다"며 "결국 현지 생산 확대 등으로 대응하면 우려는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우 연구원은 "지금 발표된 보조금 대상은 전체 전기차의 30% 정도고 이 중 테슬라가 28%, 나머지가 2%"라며 "일본이나 유럽 등 다른 전기차 업체도 보조금을 못 받는 건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경쟁에서 밀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현지에서 아이오닉이 상을 타는 등 굉장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정부의 IRA 시행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강세를 이어간다. IRA의 핵심은 결국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다변화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중국 비중이 줄어들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그만큼 더 주목받을 수 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 (367,000원 ▼10,000 -2.65%)은 전일 대비 3000원(0.5%) 오른 59만4000원이 거래 중이다. LG화학 (370,500원 ▼8,000 -2.11%)삼성SDI (401,000원 ▼4,500 -1.11%)는 1~2%대 강세다. 포스코퓨처엠 (253,500원 ▼5,000 -1.93%)은 4.4%, 엘앤에프 (150,600원 ▲2,200 +1.48%)는 7.4%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