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그 립밤도 '컨설팅'이었다…국회 가는 기업들 "로펌 먼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3.04.19 06:00
글자크기

[MT리포트-회장님 움직이는 변호사들]①법원 울타리를 넘어 국회로…로펌의 영역 확장

회장님의 그 립밤도 '컨설팅'이었다…국회 가는 기업들 "로펌 먼저"


"기업 회장들이 국회에 불려갈 때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로펌입니다. 의원실 성향 파악이나 질의서 입수, 현안 자문은 물론 답변 태도와 복장 조언까지 로펌에서 맞춤형 종합컨설팅을 제공하거든요." (10대 그룹 임원 A씨)

국회의 기업인 호출이 예삿일이 되면서 기업이 로펌을 찾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새로운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로펌의 입법 컨설팅도 봇물을 이룬다. 로펌의 영역 확장이 한창이다.



로펌의 입법컨설팅은 국정감사나 청문회 같은 특정 시기에만 수요가 있는 단순 대관의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예전에는 기업 규제가 만들어지고 문제가 발생해 법정에서 해결해야 하거나 국회에 경영진이 불려갈 때 로펌이 나섰지만 근래에는 입법 단계에서부터 로펌이 국회와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사이에서 상시적인 가교 역할을 한다.

새로운 법규와 규제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업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향을 찾아주는 조타수 역할을 하는 게 요즘 로펌 입법컨설팅의 핵심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조문 한 글자에도 수천억원의 비용이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희 법무법인 바른 입법컨설팅팀장(대표변호사)는 "규제를 만들 때부터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대응방안을 사전에 준비, 대처하려는 기업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업이 직접 정치권을 상대하기 껄끄러워진 상황도 로펌의 가교 역할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실 한 보좌관은 "최근 건설사나 제조업체의 자문을 맡은 로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의견을 많이 낸다"며 "국회에서도 로펌이 중간에 끼면 청탁 등의 시비에 휘말릴 걱정을 덜기 때문에 업계 의견을 청취할 때 로펌이 중재하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2016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 대기업 총수들이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스1  2016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 대기업 총수들이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스1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눈도장을 찍으려는 국회의원들의 기업인 호출이 올 하반기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로펌을 찾는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 한 인사는 "6~7년 전 국회 청문회에서 화제가 됐던 한 대기업 회장의 립밤도 사전에 철저하게 컨설팅을 받은 준비물이었다"며 "당시 시중 립밤을 전수조사해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브랜드와 가격대의 제품을 추천해 준비하면서 그나마 불필요한 구설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회 출신 로펌 관계자는 "국민적인 관심이 몰린 현장에서는 사소한 실수로도 일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몸짓 하나 말투 하나까지 미리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말했다.

입법컨설팅 수요가 늘면서 국회의원 보좌관, 입법고시 출신 전문가들의 몸값도 상승세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해 조용복 전 국회 사무차장(입법고시 11회)을, 법무법인 바른은 이용준 전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입법고시 12회)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에는 국회공무원 출신 1호 변호사 최석림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입법고시 15회)가 일한다. 법무법인 광장은 3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우윤근 전 의원과 4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 정무위원장을 지낸 김정훈 전 의원(사법연수원 21기)을 영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