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기업인 호출이 예삿일이 되면서 기업이 로펌을 찾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새로운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로펌의 입법 컨설팅도 봇물을 이룬다. 로펌의 영역 확장이 한창이다.
새로운 법규와 규제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업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향을 찾아주는 조타수 역할을 하는 게 요즘 로펌 입법컨설팅의 핵심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조문 한 글자에도 수천억원의 비용이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업이 직접 정치권을 상대하기 껄끄러워진 상황도 로펌의 가교 역할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실 한 보좌관은 "최근 건설사나 제조업체의 자문을 맡은 로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의견을 많이 낸다"며 "국회에서도 로펌이 중간에 끼면 청탁 등의 시비에 휘말릴 걱정을 덜기 때문에 업계 의견을 청취할 때 로펌이 중재하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2016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 대기업 총수들이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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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한 인사는 "6~7년 전 국회 청문회에서 화제가 됐던 한 대기업 회장의 립밤도 사전에 철저하게 컨설팅을 받은 준비물이었다"며 "당시 시중 립밤을 전수조사해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브랜드와 가격대의 제품을 추천해 준비하면서 그나마 불필요한 구설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회 출신 로펌 관계자는 "국민적인 관심이 몰린 현장에서는 사소한 실수로도 일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몸짓 하나 말투 하나까지 미리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말했다.
입법컨설팅 수요가 늘면서 국회의원 보좌관, 입법고시 출신 전문가들의 몸값도 상승세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해 조용복 전 국회 사무차장(입법고시 11회)을, 법무법인 바른은 이용준 전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입법고시 12회)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에는 국회공무원 출신 1호 변호사 최석림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입법고시 15회)가 일한다. 법무법인 광장은 3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우윤근 전 의원과 4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 정무위원장을 지낸 김정훈 전 의원(사법연수원 21기)을 영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