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에 골프장 회원권 강매"…시민단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검찰 고발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참여연대,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회원들이 1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등 일가 배임혐의 검찰 고발 노동시민사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4.17.

시민단체가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하청업체·협력사들에게 '휘슬링락CC 골프장' 회원권 매입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호진 전 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인들은 하청업체에게 회원권을 사게 하고 특혜를 준 탓에 일부 계열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태광그룹 측은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시민단체들이 이 전 회장과 그룹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민주화시민연대·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1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태광그룹은 2015년부터 경영기획실을 통해 전체 계열사의 하청·협력사에 거래 계약 조건으로 이 전 회장의 개인회사인 휘슬링락CC의 회원권을 매입하도록 강요했다"며 "현재까지 담합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총수가 사익을 얻으려고 대기업 계열사를 모두 동원한 배임 행위"라며 "다수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이중계약에 연루된 중대한 불법 계약"이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2016년 6월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 9곳이 당시 경영기획실 주도로 계열사 협력업체에 1개 구좌당 13억원에 달하는 휘슬링락 회원권 구매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수락한 협력업체에 주요 계열사들이 장기 계약, 독점 공급 등 이익을 제공했다고 했다.

2017년 10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에서 작성된 내부문건을 근거로 휘슬링락CC 구좌 총액은 약 2089억2428만원이라고 이들 단체는 밝혔다. 전체 252개 회원권 중 그룹 계열사의 '특별 관리 협력업체'로 분류된 업체가 구매한 회원권이 79개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그룹과 계약을 맺고 있는 한 가구업체의 업무협약서를 보면, 태광그룹은 업체의 사무 가구를 90억원 규모로 발주하겠다는 것과 6년 간 계열사 독점공급 보장을 약속했다"며 "대신 가구업체는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또 다른 업무협약서는 '기존 서비스 업체 변경에 따른 위약금을 태광이 부과한다' '골프장 회원권을 사면서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의 절반을 태광이 부담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계열사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협력업체들에게 상당한 이익을 보전해주면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기회를 준 것"이라고 했다.

태광그룹 측은 시민단체들이 고발 기자회견을 열자 곧바로 "(고발 내용이) 악의적 제보에 기반한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룹 측은 "업무협약은 계열사와 협력사가 협력 차원에서 맺은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 수준으로, 협력사들은 거래처 영업이나 사내 복지 등의 목적으로 가입했다"며 "고발인들은 계열사들에 손해를 입혔다며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 전 회장과 그룹의 명예까지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다.

이어 "이 전 회장은 2012년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뒤 현재까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본 건 역시 이 전 회장과 무관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