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가격은 2012년 이후 수출 주요국의 공급 확대와 양호한 날씨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다 2020년 전후로 시작된 라니냐가 공급 불안정을 일으키자 반등하기 시작했다.
인도의 언론매체 '더 힌두'(The Hindu)에 따르면 지난 6일 산지브 초프라(Sanjeev Chopra) 인도 식품자원부 장관은 "마하라슈트라 지역의 폭우로 생산 목표치인 3360만t 보다 40~50만톤 줄어들었다고 추정된다"며 "올해 설탕의 추가적인 수출 확대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생산국들 역시 공급차질을 겪고 있다.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을 포함한 남아메리카 일대가 가뭄에 시달리며 작황이 나빠졌다. 남미 남부 가뭄정보시스템(SISSA)에 따르면 남아메리카 중남부 해안에 위치한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이 '극심한 가뭄' 혹은 '심한 가뭄'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여전히 높은 유가와 브라질 헤알화 약세 등도 설탕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대체 원료인 바이오에탄올의 수요가 늘어난다. 바이오에탄올의 주 원료는 옥수수, 대두, 원당 등인데 브라질에선 주로 원당을 이용해 바이오에탄올을 만든다.
VN다이렉트증권은 "인도의 이상기후로 인해 설탕 공급이 예상보다 적었고 브라질 사탕수수 생산자들도 오히려 바이오에탄올 수요에 맞춰 공급을 조절할 것"으로 분석했다.
남아메리카 건조도 표시지도. 붉은색이 짙어질수록 가뭄도가 심함./사진=SISSA 갈무리
금융투자업계에선 설탕 가격이 계속해서 고공행진할 거라고 보고 있다. 기후문제가 계속 걸림돌로 작용할 거라고 봐서다. 3년 연속 지속됐던 라니냐가 겨우 끝났지만 뒤이어 찾아온 엘니뇨도 설탕 생산에 차질을 줄 수 있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인도, 호주, 브라질 지역에 건조한 기후를 발생시킨다. 이에 설탕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농산물 투자에 나서라고 조언한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라니냐에서 엘니뇨로 전환하는 국면에 있는데 이때 대안은 원당, 커피 등의 소프트 농산물"이라며 "곡물보다 소프트 농산물에 투자하는 걸 권고한다"고 했다.
설탕 가격을 지수로 추종하는 증권상품은 주로 상장지수펀드(ETF) 형태로 국내외 증시에 상장돼 있다. 국내엔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 (6,215원 ▲45 +0.73%) ETF 구성 종목 중 설탕이 추가돼 있다. 미국 증시엔 투크리운 슈가(CANE) ETF, 인베스코 DB 어그리컬처(DBA) ETF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