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씨바이오, 적대적 M&A 되나…파마리서치 지분 매수 속도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3.04.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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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첫 지분 취득…'경영권 영향' 목적 공표
"파마리서치·씨티씨바이오 간 시너지 기대"
"지분 확보에 300억원 투입한다" 방침 정해
동구바이오·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 변수될수도

재생의학 바이오기업 파마리서치가 동물의약품 개발회사 씨티씨바이오의 경영권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지분 매집에 나선지 두 달만에 최대주주와의 지분 격차도 3%포인트대로 좁혔다. 예고한 실탄이 100억원 넘게 남은 만큼 파마리서치의 주식 매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씨티씨바이오 최대주주가 2년도 안돼 또 한번 바뀔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씨티씨바이오, 적대적 M&A 되나…파마리서치 지분 매수 속도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마리서치 (135,300원 ▲2,900 +2.19%)는 최근 씨티씨바이오 (7,930원 ▲10 +0.13%) 주식 47만5434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취득했다. 투입한 자금은 49억9000만원. 이로써 파마리서치의 씨티씨바이오 지분은 9.01%(관계사인 플루토 보유지분 합산)가 됐다. 현재 씨티씨바이오 최대주주인 이민구 대표와 이 대표 개인회사인 더브릿지 합산 지분(12.47%)보다 불과 3.4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파마리서치가 씨티씨바이오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건 2개월 밖에 안 됐다. 그러나 이후 영향력이 늘어난 속도는 빨랐다. 파마리서치는 올해 2월에만 씨티씨바이오 주식을 7차례에 걸쳐 총 89만9031주 장내 매수했다. 같은 달 관계사인 플루토도 씨티씨바이오 주식 23만2700주를 사들였다. 이후 파마리서치는 3월 총 57만2596주(2차례), 이달 48만5434주를 추가 취득했다. 이렇게 지난 두 달간 파마리서치 측이 씨티씨바이오 지분 취득에 들인 돈은 총 205억8000만원이다.

파마리서치의 씨티씨바이오 지분 확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파마리서치는 지난달 31일 이사회에서 300억원 한도로 씨티씨바이오 주식을 매입하겠단 결의를 했다. 플루토 취득분(20억1000만원)를 제외하고 파마리서치가 씨티씨바이오 지분 취득에 쓴 돈이 185억7000만원이라는 점에서 아직 114억3000만원의 자금 여력이 남아있는 상태다. 씨티씨바이오 11일 종가(1만70원) 기준 지분을 5%포인트 이상 늘릴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경우 지분율이 현 최대주주를 뛰어넘게 된다.



파마리서치도 씨티씨바이오 경영권 인수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씨티씨바이오는 인체의약품, 건강기능식품 GMP, 동물의약품 KVMP 및 설비를 보유 중인 회사로 자사와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러한 점에서 경영권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파마리서치는 지난 2월 씨티씨바이오 지분을 처음 취득한 시점부터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못박았다.

파마리서치가 최대주주가 최대주주에 오를 경우, 씨티씨바이오 경영권은 2년 만에 교체되게 된다. 씨티씨바이오는 김성린·조호연·우성섭· 성기홍 4인이 1993년 공동 창업한 기업이다. 30년 가까이 이들이 소유와 경영을 주도해왔으나 2021년 이민구 대표로 경영권이 옮겨갔다. 당시 이 대표는 2021년 9월 씨티씨바이오 최대주주 등극, 10월 경영 참여 선언, 12월 대표이사 등극 등 순서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들은 순차적으로 회사를 떠났다.

변수는 있다. 씨티씨바이오의 다른 주주들이다. 씨티씨바이오는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7,180원 ▲10 +0.14%) 부회장,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를 대주주로 두고 있다. 지분율은 조 회장 4.94%(특수관계인 합산·지분 5% 이상 주주에 부과되는 공시 의무 사라진 작년 1월 기준),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 6.46%다. 양측이 파마리서치나 이민구 대표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이번 파마리서치가 촉발한 경영권 분쟁의 판도도 달라질 수 있다.


조 부회장의 경우 2021년 이 대표가 씨티씨바이오 경영권을 장악할 당시 씨티씨바이오 지분을 '경영 참여' 목적으로 5% 이상 확보했다. 이에 양측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파트너십을 맺는 등 우호적 관계로 돌아서면서 경영권 분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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