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도 가지지 못한 K-브랜드의 힘…"혁신의 항해 시작"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2023.04.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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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키플랫폼 : 진격의 K-브랜드 100] 제니 주 코리아 콘퍼런스 회장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생태계 만들 것"

편집자주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선진시장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최고의 브랜드가 되겠다는 한국의 강소기업들을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이 만나봤다. 키플랫폼은 앞으로 100개 한국 기업의 글로벌 브랜딩 스토리를 전할 계획이다.

제니 주 코리아 콘퍼런스 회장/사진제공=코리아 콘퍼런스제니 주 코리아 콘퍼런스 회장/사진제공=코리아 콘퍼런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해 세계적인 혁신기업의 창업자와 슈퍼리치 중에는 유독 유대인이 많다.

유대인 부호와 성공한 기업가들이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되지만 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태함을 죄로 여기는 등 유대인 특유의 교육법과 가치관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유대인은 서로 한 형제라고 가르치며 단합과 협동을 중요하게 여긴다.



단합과 협동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이스라엘 콘퍼런스'다. 2008년 출범한 이스라엘 콘퍼런스는 이스라엘의 혁신기업을 미국 대기업에 소개해 투자로 이어지도록 한다. 매년 마이크로소프트, IBM, 애플 등으로부터 수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다.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노하우와 네트워크 부족으로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한민국의 혁신기업들도 이제 세계 무대에 보다 수월하게 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 콘퍼런스를 벤치마킹한 '코리아 콘퍼런스' 덕분이다.



코리아 콘퍼런스는 30년 경력의 투자금융 전문가인 제니 주 회장이 지난해 창립했다. 주 회장은 UBS,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유수의 글로벌 금융사를 거쳐 세계 최상위층 가문의 자산을 관리하는 '보어스 클럽'의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 총괄을 맡고 있다.

코리아 콘퍼런스는 주 회장 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한다. 넥슨 출신의 김태환 브링코 대표가 운영을 맡으며, 차동준 HL만도 실리콘밸리 소장,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전문가인 로만 박 블랙마운틴벤처스 대표 등이 합류했다.

또 한국 기업의 잠재력을 알아본 세계 유력자들이 자문 위원으로 참여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 첼시의 호세 펠리시아노 구단주 △우주항공업계 전문 글로벌 투자사 오디세이의 제이슨 코웨트 공동 창업자 △글로벌 최상위 부유층을 위한 최고급 멤버십 이든클럽의 톰 로런스 회장 △이탈리아 피렌체를 대표하는 메디치 가문의 로렌조 메디치 왕자 △전 세계 44곳에 지사를 둔 다국적 대형 로펌 그린버그 트라우리그의 마크 켈슨 미(美)서부지사 회장 △글로벌 경영 컨설팅펌 알바레스 앤 마샬의 휴 힐튼 공동 창업자 △인도네시아 국민 기업 리포 그룹의 마이클 리야디 고문 △이스라엘 글로벌 벤처캐피탈 요즈마그룹의 아시아 총괄 이원재 대표 등이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다.


출범한지 불과 1여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독자적인 엑소좀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시프트바이오가 코리아 콘퍼런스 주선으로 미국의 바이오 벤처투자자, 글로벌 헬스케어 대기업 네트워크와 본격적으로 사업 개발을 진행한다.

오는 26~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화' 등을 주제로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3 키플랫폼(K.E.Y. PLATFORM)'에 참석하는 주 회장과 행사에 앞서 인터뷰를 갖고 한국 기업이 가진 잠재력과 글로벌 진출 전략, 코리아 콘퍼런스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이스라엘도 가지지 못한 K-브랜드의 힘…"혁신의 항해 시작"
바이오, 전기차 솔루션, AI…세계 유력자들이 주목하는 한국 기업
-코리아 콘퍼런스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매년 연말마다 고마운 분들을 초청해 파티를 했습니다. 2019년 파티에서 한 지인이 우연히 이스라엘 콘퍼런스 이야기를 꺼냈고, 여러 의미 있는 사업과 네트워크 형성으로 이어지는 결과들에 대해 들었습니다. 몇 차례 더 만나면서 생각을 구체화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덕담만 주고받는 파티가 아닌 보다 의미 있는 자리로 만들자는 의견이 모였습니다. 금융인으로서 고객들을 파티에 모셔 보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미래 창업자들을 도와주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코리아 콘퍼런스는 어떤 한국 기업들에 도움을 줍니까?

▶지난해 출범한 만큼 아직까지는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해 줄 수 있는 단계까지 가진 못했습니다. 따라서 우선 어느 정도 기술이 구체화돼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확인된 기업을 도우려 합니다. 또 당분간은 특별한 분야를 정해놓고 스타트업 업체를 선정하진 않겠지만, 장차 매년 주제를 정해 관련 스타트업들을 초청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방위산업, 바이오, AI(인공지능)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리아 콘퍼런스의 도움을 받으려면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요?

▶첨단기술도 결국 누가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핵심 인물들을 봅니다. 또 기술은 어떤 가치로 어떤 분야를 공략하고 있는지 명확해야 합니다. 충분한 시장 조사를 통해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확인됐는지도 중요합니다. 조직문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리더의 철학에 따라 구성원들 간 협력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유연성도 중요합니다. 아닌 길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빨리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적응력도 큰 자산입니다.

-코리아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세계적인 유력자들은 한국 기업과 브랜드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일례를 들면, 지난해 출범식에서 한국의 전기차 토털 솔루션 업체 대영채비가 소개됐는데 글로벌 부동산 매니지먼트사 eXp가 관심을 보였습니다. 요즘은 어떤 건물이든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필수입니다. 벽걸이·스탠드형 충전기를 비롯해 차량 4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까지 개발한 기술을 가진 대영채비는 eXp에겐 매력적인 투자 업체입니다.

출범식에서 대영채비의 프레젠테이션을 본 eXp 커머셜의 중국계 제임스 황 회장은 그간 한국과 연계할 접점을 찾지 못했는데 이번 행사가 그 계기와 희망이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코리아 콘퍼런스의 잠재적 가치를 목격하고 나니 연계할 아이디어가 솟는다고도 했습니다.

대영채비는 얼마 전 미국 연방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사업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전기차 인프라 프로젝트(CALeVIP)'의 운영 및 제조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코리아 콘퍼런스에 참여 중인 주요 한국 기업들의 CI.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대영채비, 시프트바이오, 닷, 비타본바이오. 코리아 콘퍼런스에 참여 중인 주요 한국 기업들의 CI.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대영채비, 시프트바이오, 닷, 비타본바이오.
음식·음악·패션·뷰티…이스라엘도 가지지 못한 K-브랜드의 힘
-코리아 콘퍼런스는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나요?

▶코리아 콘퍼런스는 이스라엘 콘퍼런스를 벤치마킹했습니다. 이스라엘 콘퍼런스처럼 정부기관, 기업, 민간, 언론 등 4개 축이 함께 움직입니다. 특정 언론과 기업, 정부기관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합니다. 무엇보다 기술 업체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자리만 주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투자 유치까지 돕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진출의 첫 단계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코리아 콘퍼런스가 벤치마킹한 이스라엘 콘퍼런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무엇입니까?

▶15년 된 이스라엘 콘퍼런스가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건 '정부-기술-미국 내 유대인 네트워크'의 삼각 협력 덕분입니다. 일단 이스라엘 정부는 주(駐) 로스앤젤레스(LA) 이스라엘 총영사관과 협력해 미국에 보낼 벤처기업을 엄선합니다. 벤처기업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정부가 보증하는 셈입니다.

또 행사 주최 측은 이 벤처기업의 성공을 위해 미국 내 유대인 네트워크를 최대한 이용합니다. 투자자로 참석하는 대기업의 실무책임자들은 대부분 유대인들입니다. 행사장인 호텔 소유주도 유대인이고 음식마저도 이스라엘 기업 또는 유대인이 운영하는 현지 업체에서 제공합니다. 이스라엘이 국가 기조로 내건 '혁신'이라는 목표를 향해 똘똘 뭉친 결과입니다.

이스라엘 콘퍼런스를 벤치마킹했지만 그들에게 없는 게 우리에겐 있습니다. K-브랜드입니다. 음식, 엔터테인먼트, 음악, 패션, 뷰티까지 먹고 입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분야에 '코리아(K)'가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브랜드의 엄선된 기술을 모아 투자 접점만 찾아준다면 우린 이스라엘 콘퍼런스보다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혁신적이라는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콘퍼런스와 협업 계획이 있습니까?

▶이미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한-이스라엘 수교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스라엘 콘퍼런스의 샤로나 저스트먼 공동회장과 만나 올해 코리아 콘퍼런스와 공동 개최하는데 합의했습니다. 9월 한국-이스라엘 콘퍼런스를 한국의 앰버서더 호텔에서 요즈마와 공동 주관으로 개최합니다. 이스라엘은 원천기술은 많지만 제조 역량이 부족합니다. 한국이 그 부분을 제공하고 함께 만들어서 미국에 가져가면 한국-이스라엘- 미국의 삼각구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로서는 이스라엘 원천기술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습니다.

-코리아 콘퍼런스의 향후 계획은 어떠합니까?

▶코리아 콘퍼런스가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의 생태계가 되길 원합니다. 코리아 콘퍼런스를 통해 성장한 스타트업이 후배 스타트업을 이끄는 선순환 플랫폼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해 출범식의 주제가 '혁신이 LA에서 항해를 시작한다(Sail away with us to the blue ocean)'였습니다. 블루오션을 향한 혁신의 항해는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될 것입니다.

기술력을 갖춘 한국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역할을 한국 정부도 지원해 주길 바랍니다. 이스라엘 콘퍼런스처럼 정부 보증이 투자자들로부터 기본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코리아 콘퍼런스는 비영리단체인 만큼 재정 지원도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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