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연애 때부터 아내는 부모님이 엄하다며 오후 8시면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퇴근 후 아내와 제대로 데이트를 하기가 어려웠지만 아내가 그만큼 귀하게 자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가 식구들이 결혼 후에도 부부의 일에 사사건건 개입하자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아내는 저와 조금만 다투면 곧장 아빠에게 달려가 집으로 오지도 않았고,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제가 처가로 가 아내와 처가 식구들 모두에게 사과를 해야만 했습니다.
제가 누구와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지 회의가 들기 시작했고 모든 일을 아빠와 먼저 상의하는 아내에게 어떤 말도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껍데기만 남은 결혼 생활, 이제 그만 정리하고 싶습니다. 협의 이혼이 안 될 경우 소송으로 가야할 것 같은데, 이런 사유로 이혼이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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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배우자 직계존속의 지나친 간섭으로 결국 혼인관계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되었음이 인정될 경우라면 재판 이혼 가능합니다.
재판상 이혼 사유에 대한 우리 민법 제840조 제3호는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이혼이 인정되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여기서 부당 대우는 폭언이나 폭행 등 신체적, 정신적으로 그 정도가 심한 경우를 가리키므로 단순한 혼인 관계 개입 정도로는 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과도한 부모 의존으로 인해 부부 간의 신뢰가 깨지고 이를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가 인정된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 사유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 배우자의 잠자리 거부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나요?
Q) 아내가 아직 아이를 갖지 말라는 아빠 말을 듣겠다며 저와 잠자리를 갖지 않은 지 1년이 넘었습니다.
부모가 부부의 성관계에까지 개입하는 것이 말이 되나요? 아내의 이런 행동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성관계 거부가 무조건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나, 부모의 말을 듣고 장기간 성관계를 거부하는 이런 경우라면 이혼 사유로 인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역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재판상 이혼 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살펴볼 문제인데요. 우리 법원은 부부 간 성관계 역시 결혼의 본질 중 하나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없이 관계를 거부하는 것 역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장윤정 변호사(법무법인 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