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뒤 완성", 시간표 나온 mRNA 암백신…임상 중 신약만 18개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3.04.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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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뒤 완성", 시간표 나온 mRNA 암백신…임상 중 신약만 18개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상용화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기술이 의약품 중 가장 시장 규모가 큰 항암 영역으로 뻗어나간다. 세계 mRNA 기술을 선도하는 모더나와 바이오엔텍 2개 기업의 신약 후보물질 중 18개가 이미 임상에 진입한 상태다. 임상에 진입한 신약후보물질이 사실상 없는 국내 바이오업계와의 격차가 크다. 하지만, mRNA 항암 백신이 상용화되려면 아직 7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기술 선도업체 안에서도 나온다. 국내 업계도 개발 속도를 끌어올려 이를 따라잡을 여지는 아직 있는 셈이다.

1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mRNA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순식간에 글로벌 주요 바이오기업으로 떠오른 미국 모더나의 신약 후보물질 중, mRNA 기술을 활용한 항암 백신 신약후보물질은 총 4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맞춤형 항암 백신과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KRAS'를 타깃으로 한 백신, 면역관문 억제 백신, 고형암 백신 등 적응증(치료효과가 기대된 질환)에서 항암 백신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들 신약후보물질 4개 모두 이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장 업계 주목을 받는 신약후보물질은 맞춤형 항암 백신이다. 블록버스터(판매효과가 큰 의약품) 항암제 키트루다로 잘 알려진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와 공동 개발중인 맞춤형 항암백신은 암 세포 돌연변이 신호를 기반으로 T세포(면역세포) 반응을 유도해 면역 반응을 자극하도록 설계됐다.



이미 임상 2상 단계로 중간 결과도 나왔다. 임상 2상에서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을 통해 흑색종 환자의 암 재발과 사망 위험을 단독요법 대비 44% 낮췄다. 중대 이상반응률도 키트루다 단독 요법과 큰 차이가 없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중인 mRNA 항암 백신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파악된다.

화이자와 함께 mR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텍의 mRNA 항암 백신 후보물질은 모더나 보다도 많다. 고형암과 흑색종, 자궁경부암, 폐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적응증 영역에서 총 14개의 신약후보물질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4개가 임상 2상 단계다. 제넨텍과 공동 개발중인 흑색종과 대장암 백신이 임상 2상 진행중이며 자체 개발중인 흑색종과 자궁경부암 백신도 임상 2상 상태다.

모더나와 바이오엔텍이 일제히 mRNA 항암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이 시장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서다. 일단 지금까지 미국에서 허가된 항암백신은 전립선암 예방용 1개 뿐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mRNA 기술을 이용하면 환자 맞춤형 항암백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mRNA는 유전자의 설계도 격으로 인체는 mRNA의 명령에 따라 면역 단백질을 생산해 질병을 막는데,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하면 환자 개인의 종양 샘플을 바탕으로 변이 특성에 맞춘 백신 개발과 생산이 가능하다.


모더나와 바이오엔텍과 비교하면 아직 국내 바이오업계의 개발 속도는 뒤처진 상태다. 한미약품 (304,000원 ▼1,000 -0.33%)에스티팜 (93,900원 ▲4,900 +5.51%) 등이 mRNA 항암백신 연구에 나선 상태지만 아직 임상 진입 전 단계다. 모더나와 바이오엔텍이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상용화부터 다져둔 기술 격차를 감안하면 항암 백신 영역에서의 개발 속도도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 전언이다.

다만, 이미 임상 단계에 진입한 모더나와 바이오엔텍의 항암 백신도 개발 완료와 상용화까진 아직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란게 업계 관측이다. 모더나와 바이오엔텍 모두 7년 뒤에야 항암 백신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폴 버튼 모더나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암과 심혈관 질환, 자가면역 질환 등에 대한 백신이 2030년까지 준비될 것을 확신한다"고도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RNA를 통해 항암 영역에서 처음 시도되는 도전인데다 임상 2상 후 3상에선 대규모 환자 모집과 방대한 양의 데이터 분석도 진행돼야 한다"며 "전체 개발 과정에서 보면 임상 1~2상의 비중이 그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는 만큼 '패스트 팔로어'로서 항암 백신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파이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업계는 오는 14~19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에 주목한다. 한미약품은 이 행사에서 KRAS 변이를 타깃하는 mRNA 항암백신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종양 마우스 모델에서의 연구결과인데, 임상 1상 진입에 대한 언급이 나올지 관건이다. 모더나도 KRAS 변이 타깃 mRNA 항암백신을 개발중으로 현재 임상 1상 단계다. KRAS는 세포 성장과 분화, 증식 및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다양한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폐암과 대장암, 췌장암 등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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