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분간 유가 상승세는 이어질 게 유력하다. OPEC+는 감산을 오는 5월부터 진행한다. 하루 116만 배럴 규모다.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 배럴에 달하는 감산 이후 추가된 규모여서 시장의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석유를 직접 캐낼 수는 없는 국내 정유사들은 고가에 원유를 사와 더 비싸게 해외에 정유제품을 파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왔다. 지난해 정유 4사가 570억3700만 달러(약 73조7400억원)에 달하는 정유제품 수출을 달성한 게 사상최대 실적을 거둔 비결이었다.
줄어드는 수요, 급락하는 정제마진

공급이 줄어드는데 정제마진이 같이 떨어진다는 것은, 수요가 더 크게 감소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정유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유가가 오른 것이고, 올해의 경우에는 수요가 급속히 줄어드는 가운데 유가가 치솟았다.
실제 IMF(국제통화기금은)는 올해 글로벌 성장률이 지난해(3.4%) 보다 낮은 3% 미만에 그칠 것이라 경고했다. 세계은행(WB)은 글로벌 성장률이 오는 2030년까지 연 2.2%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벌써부터 "정유제품을 팔 곳이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코로나19 엔데믹에 대한 기대가 있어서 정유제품에 대한 산업 수요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이런 호재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에 지친 시장, OPEC+발 공포까지이미 전세계 각국은 지난해 미국의 금리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든 역대급 인플레이션에 지쳤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 당시만해도 0~0.25%에 불과했다. 현재는 4.75~5.00%에 달한다. 미국과 유럽은 1년 내내 7~10%에 달하는 물가상승에 시달렸다.
새해들어 물가 진정세를 기대하고 있는 시장에 OPEC+발 유가인상은 일종의 공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유가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한 번 자극할 경우 미 연준이 선택할 수 있는 공간도 좁아진다.
고유가·고금리 시대가 지속되며 증폭된 것은 "돈 줄이 말랐다"는 아우성이다. 산업 수요 회복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을 노려야 하는 정유업체들에게 OPEC+발 이슈가 뼈아픈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소비는 꺾일 수밖에 없다"며 "경기가 침체될 수록 석유 제품을 살 곳이 줄어드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