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시크릿 인베이전' 에고편 영상 캡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에도 이 문장을 그대로 실천한 인물이 있다. 그는 심지어 음지에서 일하면서 양지를 지향하는 것을 넘어 ‘먼지’가 되어 5년 동안 사라지기까지 했다. 쉴드(S.H.I.E.L.D.)의 국장이자 어벤져스 이니셔티브를 기획하고 실행한 닉 퓨리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역시 처음부터 이런 망나니는 아니었다. 닉 퓨리가 과격해지기 시작한 시점을 꼽자면 ‘캡틴 마블’에서 지구의 화력으로 이길 수 없는 외계의 존재들을 직접 마주한 순간부터다. 이 작품에서 닉 퓨리는 무려 40대의 나이로 두 눈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온다. ‘캡틴 마블’은 닉 퓨리의 기원 서사이기도 한 셈이다.
그러나 닉 퓨리는 천재 공학자도, 천둥의 신도 아니었기에 평범한 인간 스파이로서 지구를 지킬 방법을 구상한다. ‘캡틴 마블’에서는 프로텍터 이니셔티브, 훗날 어벤져스 이니셔티브가 되는 이 계획이 무려 닉 퓨리의 머릿 속에서 나왔다.
관객들 입장에서야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헐크를 모아 지구를 지킨다는 닉 퓨리의 발상에 환호했겠지만 정작 쉴드의 상위 단체인 세계안전보장이사회 눈에는 탐탁치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 그는 윗선의 지시에도 핵미사일을 싣고 뉴욕으로 향하는 전투기 1대를 격추시키면서까지 뉴욕 시민들의 생명과 어벤져스 창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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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인베이전'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하지만 안하던 짓을 하면 갈 때가 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이후 닉 퓨리의 행보는 안타까움 그 자체다. 타노스의 핑거스냅으로 캡틴 마블을 부를 새도 없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으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는 스크럴 종족인 탈로스를 대역으로 내세웠다. 우리가 아는 닉 퓨리는 사실상 “어머니...” 사건 이후 이야기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기에 디즈니플러스의 새 시리즈 ‘시크릿 인베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쿠키 영상에서 여유롭게 있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고 덥수룩한 수염, 생기를 잃은 눈이 닉 퓨리의 얼굴을 채운다. 입에 달고 살던 ‘Mother f...’ 욕을 뱉을 기운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시크릿 인베이젼’ 예고 영상에서 그가 다시 한번 죽음을 위장한 상태라는 점, 세계에서 가장 위험 현상 수배범이 되었다는 사실이 닉 퓨리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닉 퓨리라는 존재는 극에서도, 현실에서도 MCU의 문을 연 인물이다. 페이즈 4 영화, 드라마에 대한 혹평으로 ‘마블도 이제 한 물 갔다’는 요즘이다. 닉 퓨리가 ‘시크릿 인베이전’, ‘더 마블스’를 통해 페이즈4의 꺼져가는 불씨에 기름을 부을지, 찬물을 들이 부어 아예 꺼버릴지 궁금증이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