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은 전쟁 속 학도병이 된 아이들 '방과 후 전쟁활동'

머니투데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4.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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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파트1, 좀 재미있어진 파트2 기대해

'방과후 전쟁활동', 사진제공=티빙'방과후 전쟁활동', 사진제공=티빙


돌이켜보면 암울한 시간이었다. 수능이라는 단 한번의 중차대한 이벤트를 앞두고 디데이를 세어가며 보낸 고3 1년. 한뼘만한 책상에 앉아 새벽부터 밤까지, 그렇게 덥고 추운 1년을 벼틴 후에야 교실에서 해방됐다. 시험이 주는 중압감, 기계처럼 반복되던 날들, 모두가 경쟁에 내던진 그 시간들은 치열한 전투와도 같았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연출 성용일, 크리에이터 이남규, 극본 윤수)은 전쟁같은 고3 수험생에서 진짜 전쟁으로 내던져진 아이들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한 이번 작품은 1년 전 별안간 전세계 상공을 뒤덮은 정체불명의 '구체'가 사람들을 공격하며 이 구체와의 전면전에 투입된 고3들이 사투를 담았다.



1년전 갑자기 전세계 상공에 나타난 구체. 그저 비행기 여행이 힘들어지고 크루즈 여행이 급증했다는 정도의 불편만 있을뿐 사람들은 구체와 공존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땅에 떨어진 구체가 분열을 시작하고 구체에서 나온 소형 생명체는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한다. 구체의 공격으로 전시 상황이 되고 성동고 3학년2반에 군 소집 명령이 떨어진다. 입시 가산점이라는 뿌리칠 수 없는 조건에 아이들은 군사 훈련에 참여하고, 군대놀이처럼 장난스럽게 시작한 훈련은 구체의 공격을 당하며 필사의 생존 전쟁으로 치닫는다.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와 다정했던 담임 교사가 눈 앞에서 살육당하며 아이들은 진짜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방과후 전쟁활동', 사진제공=티빙'방과후 전쟁활동', 사진제공=티빙


'미스터 기간제'를 연출한 성동일 감독이 연출한 '방과 후 전쟁활동'은 웹툰 완결 후 10여년의 시간 차를 두고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총 10회의 에피소드 중 6회까지 공개된 파트1은 극중 캐릭터와 대사 등에서 올드하고 전형적인 느낌을 준다. 학생들의 캐릭터는 기존 작품들에게 익히 보아온 정형화된 인물들이 대부분이고 대사 역시 상투적이라 새롭고 참신한 면은 찾기 힘들다. 앞서 선보인 '지금 우리 학교는', '작은 영웅' 등을 비롯해 과거 여러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클리셰가 다분하다. 최근 여러 작품에서 주목받았던 배우들이 여럿 등장함에도 장점을 이끌어내기보다 기존 캐릭터를 답습하거나 도식적인 인물로 그려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친구들과 생사를 함께 하며 우정을 다지고 전우애를 키워나가는 등 감정을 쌓아올리는 과정도 전형적으로 그려진다.

단 혼란스럽고 산만했던 초반부와 달리 등장인물들이 서서히 성장하고 정체성을 다져가는 장면이 이어지며 작품과 인물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파트2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교복은 입은 채 총을 들고 전쟁을 치러야 하는 십대 청소년들의 불안정한 모습만큼이나 어지럽던 드라마는 회차를 더해가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기계적이고 강직된 배우들의 연기 역시 캐릭터를 형성해가며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방과후 전쟁활동', 사진제공=티빙'방과후 전쟁활동', 사진제공=티빙

원작의 실사화부터 관심을 모은 구체의 그래픽은 무난한 수준이다. 움직임이 많고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의 완성도는 거슬리지 않는 정도다. 현실 고증을 차치한다면 수위 높은 살상 신, 사실적인 액션 장면 등은 오락성을 갖췄으나, 의도된 신파 장면이 자주 등장해 자연스러운 감상을 방해하기도 한다.

드라마는 도입부부터 픽션을 강조한다. 등장하는 인물, 지명, 단체, 기관,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다라는 점을 알리고 시작한다. 하지만 구체 제거 작전에 투입된 아이들이 타학교 생존자들를 구출하고 이들 중 한명인 여학생 '윤서'가 왜 현장에 남아있었냐는 질문에 "그 자리를 떠나지 말라고 한 어른들의 말을 들었을 뿐"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어쩔수없이 세월호 참사를 연상하게 된다. 어른들이 지켜줄거라는, 구해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들의 말을 충실하게 따랐던 어린 학생들이 참혹하게 희생되는 극중 상황은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수능이라는 전쟁 대신 생과 사가 오가는 지옥같은 진짜 전쟁에 내몰린 아이들. 지옥 속에서도 성장해가는 아이들이 파트2에서는 어떤 서사를 펼쳐보일지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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