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거포 8번 배치... 자극 받은 양석환, '2G 연속 홈런'으로 응답했다

스타뉴스 광주=안호근 기자 2023.04.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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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석환이 7일 KIA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두산 양석환이 7일 KIA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광주=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사실 8번보다는 6번이, 6번보단 중심 타선이 낫죠."

이승엽 감독의 선택은 양석환(32·두산 베어스)에게 자극제가 됐다. 즉효가 나타났다. 양석환이 2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달라졌다.

양석환은 7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6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쐐기 솔로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마운드에선 6이닝 무실점 호투한 라울 알칸타라, 타선에선 팽팽한 균형을 깨고 승기를 가져온 양석환의 한 방이 빛난 경기였다.

KIA 선발 숀 앤더슨은 1회초 1점을 내준 뒤 안정을 찾았다. 7회까지 투구수가 79구에 불과했다. 그런 앤더슨을 상대로 5회초 좌측으로 향하는 큼지막한 2루타를 날린 양석환이 8회초 다시 한 번 타석에 섰다.



선두타자로 나선 양석환은 앤더슨의 슬라이더를 통타했고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시즌 2호포. 이승엽 감독은 "승기를 가져온 홈런을 기록한 양석환을 칭찬하고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 후 만난 양석환은 "앤더슨이 바깥쪽으로 휘는 구질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며 "앞 타석에서 좋은 결과가 있어서 더 자신감 있게 치려고 했는데 실투가 들어오면서 홈런으로 이어졌다. 야구장이 참 좋은 것 같다. 잠실이었으면 안 넘어 갔을 텐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구장의 차이보다는 양석환에게 더 영향을 미친 게 있어 보였다. 바로 타순 변화다. 지난 1일 개막전에서 발등 타박상을 입었던 양석환은 2일 안타를 날리고도 이 여파로 4,5일 NC 다이노스전에 결장했다. 그리고 다시 나선 6일 NC전. 이승엽 감독은 양석환은 8번에 배치했다.


양석환은 맹타를 휘둘렀다. 2회 1사 1루에서 투런 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날은 6번 타자였다.

8회초 홈런을 때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양석환. /사진=OSEN8회초 홈런을 때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양석환. /사진=OSEN
이승엽 감독은 경기 전 "양석환이 2경기를 쉬었다. 이젠 감이 좀 좋아졌다고 판단했다"며 "그렇게 자주 바꾸진 않겠지만 타순은 언제든지 컨디션에 따라서 변동을 줄 수 있다. 타순 변화가 타자로서 기분 전환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 통산 626홈런을 몰아친 이승엽 감독은 현역시절 줄곧 3번 타자로 나섰다. 그만큼 익숙한 타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이 감독이다. 20홈런 이상을 날릴 수 있는 양석환에게 8번 타자를 맡겼다는 건 단순한 '기분 전환'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극을 주려는 의도로 읽혔다. 그 결과는 2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경기 후 만난 양석환은 "사실 타순이나 선수 기용에 대한 부분은 감독님의 권한이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은 없다"면서도 "그래도 사실 8번보다는 뭐 6번이 낫고 6번보다 중심 타선에 가는 게 낫다. 모든 선수가 똑같을 것이다. 내가 못 쳐서 내려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잘 쳐서 다시 안 내려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2014년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양석환은 2021년 두산으로 트레이드되며 커리어에 전환점을 맞았다. 그해 28홈런 96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중심타선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20홈런으로 장타력이 급감했고 타점(51)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올 시즌은 양석환에게 매우 중요하다.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지난해가 아닌 2021년과 같은 성적을 낸다면 FA 대박을 노려볼 수 있다.

정작 본인은 덤덤했다. 양석환은 "FA가 다들 신경이 쓰인다고 하는데 경기가 시작하면 경기만 생각하기에도 바쁘고 타석에 들어가면 거기에 집중하기 바빠 아직은 (예비) FA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며 "FA를 했던 형들이 신경이 많이 쓰이겠지만 그래도 네 것을 계속 하라고 조언을 해준다. 사실 아직은 뭐가 신경이 많이 쓰이는지 잘 모르겠다. 매 경기, 매 타석 집중하다보면 언젠간 시즌 끝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설적인 홈런타자가 감독으로 왔고 그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 "감독님이 기술적으로 깊이 관여하시진 않는다"면서도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해주셨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작이 좋다. 단 2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타율은 0.357(14타수 5안타), 장타율은 무려 0.857, OPS(출루율+장타율)는 1.295다. 지난해 9위로 처졌던 이유 중 하나로 팀 홈런 감소가 꼽히기도 했다. 두산은 지난해 팀 홈런 8위로 추락했다. 누구보다 '홈런맛'을 잘 아는 이승엽 감독과 함께 두산은 5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1위에 오르며 도약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2경기 연속 홈런을 날린 양석환이 그 중심을 잡고 있다.

양석환(왼쪽)이 홈런 후 이승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OSEN양석환(왼쪽)이 홈런 후 이승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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