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품 범위는 기존 업체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항암제, 치매·당뇨 치료제 등 고부가가치 의약품 중심으로 한정했다. 규제심판부는 축산용 중심의 기존 동물 의약품 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대상 동물을 반려동물로 하고 의약품 범위는 기존 업체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항암제, 치매·당뇨 치료제 등 고부가가치 의약품 중심으로 한정했다.
이는 업계 대표적 불합리한 규제로 통했다. 의약품 상호간 오염 우려가 없는 경우 식품·건강기능식품·의료기기·화장품·위생용품 등은 함께 생산이 가능하지만 동일 성분·동일제조공정을 거쳐 만드는 동물의약품은 시설 공동사용을 금지해 불합리한 측면이 있었다. 수출에도 불리했다. 그동안 해외에서 수출 요청이 들어와도 이 같은 규제 탓에 생산 자체를 할 수 없었다. 반려동물용 의약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상태다.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이 커지고 이 시장에 진출하는 제약사들도 늘어나 관련 산업이 새 먹거리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 같은 권고가 나온것으로 보인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동물용 의약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의 시장 규모는 1조3481억 원으로 2020년 대비 10%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 국민의식 조사를 통해 전체 가구의 25.9%인 606만 가구가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2027년이면 2020년의 두 배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상황이 이렇자 대형 제약사들 위주였던 이 같은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 도전에 중·소형 제약사까지 가세한다. 삼진제약 (21,950원 ▼150 -0.68%)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동물약품, 동물건강기능식품, 동물사료 제조 및 도소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삼일제약 (6,450원 ▲60 +0.94%)과 환인제약 (14,310원 ▼130 -0.90%)도 정기 주총에서 각각 '동물의약품 개발,제조 및 도소매업'과 '동물의약품등의 제조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주로 연매출 5000억원 이상의 대형 제약사들 중심으로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 진출이 진행됐다"며 "올해부턴 중·소형 제약사들도 사업목적에 동물의약품 개발과 제조, 판매를 추가해넣기 시작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반의약품을 넘어 전문의약품 영역에서도 반려동물용 연구가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 (110,600원 ▲900 +0.82%)은 사람 대상으로 국산 36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당뇨치료제 '엔블로'를 바탕으로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개발에 나섰다. 이미 두 차례의 연구자 주도 임상에서는 유효성 및 안전성이 확인된 상태다. 현재 당뇨병 치료 목적의 경구용 동물의약품은 없다. 이는 규제심판부 권고안에 제시된 '기존 업체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항암제, 치매·당뇨 치료제 등 고부가가치 의약품'에 포함되는 셈이다.
이 같은 규제완화 움직임에 업계는 투자를 더 늘릴 태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 탓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중복투자 비용을 생산 고도화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불합리한 규제가 개선돼 동물의약품 시장 활성화 등 여러 측면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규제심판부의 이번 권고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