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특허 침해야"… 소송당한 화이자, 국내 기업들 '주목'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4.0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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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바이오엔테크, LNP 특허 침해 이유로 소송 당해
LNP 약물 전달 기술, mRNA 백신·치료제 개발에서 필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독자적 LNP 기술 갖추기 위해 사활

"코로나 백신 특허 침해야"… 소송당한 화이자, 국내 기업들 '주목'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가 약물 전달 기술인 지질나노입자(LNP)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전에 휘말렸다. LNP는 mRNA 백신 성분을 세포까지 안전하게 전달해주는 핵심 기술이다. mRNA 백신을 개발할 때 반드시 갖춰야 하는 기술로 향후 독자적인 플랫폼을 확보하는 게 제약·바이오 기업에 중요해졌다. 국내에서는 에스티팜·GC녹십자·대웅제약·유한양행 등이 독자적인 LNP 기술을 갖추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아버터스 바이오파마(Arbutus Biopharma)와 스위스 소재 생명공학기업 제네반트 사이언스(Genevant Sciences)는 지난 4일(현지 시각) 화이자(Pfizer)와 바이오엔테크(BioNTech)를 상대로 미국 뉴저지 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초기 코로나19 백신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아버터스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코로나19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을 개발·제조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LNP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특허가 유효한 LNP 기술을 허가 이외의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배상을 요구했다.

LNP는 'Lipid Nano Particle'의 약자로 지질(Lipid)로 구성된 나노미터(Nano) 단위의 작은 입자(Particle)를 일컫는다. 미세한 각각의 나노입자가 mRNA를 보호해 안정적으로 세포 내부까지 운반한다. RNA(리보핵산)는 2개 가닥이 이어진 DNA와는 다르게 1개 가닥의 불안정한 단일나선 형태로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RNA는 외부 환경에 노출되면 변형이 쉽게 일어난다. mRNA 백신의 보관 온도가 영하 20~70도인 이유이기도 하다.



mRNA는 체내로 주입되는 순간 성분이 변형돼 원하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mRNA 기술 자체는 오래전에 발견됐지만 상용화가 되지 못했던 원인이다. LNP 기술은 이런 mRNA의 불안전성 문제를 해결했다. 유산균을 마이크로캡슐에 넣어 장까지 살아서 이동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LNP 운반체에 mRNA 백신을 실어 안전하게 세포까지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LNP 기술은 아버터스와 제네반트가 개발해 특허로 보유하고 있었다. 아버터스가 화이자에 소송을 제기하며 "우리의 LNP 특허가 없었다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이렇게 신속하게 mRNA 백신을 개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단일 가닥의 리보핵산(RNA) 모습단일 가닥의 리보핵산(RNA) 모습
소송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주가는 각각 1.2%, 3%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아버터스는 모더나를 상대로도 코로나19 mRNA 백신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모더나는 지난해 8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수십억 달러 매출을 올린 코로나19 mRNA 백신을 두고 업체 간 특허 소송이 난무하면서 독자적인 관련 기술력을 갖추는 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더 중요해졌다.

우리나라 기업도 LNP 독자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지난해부터 공동 연구·개발에 활발히 뛰어들었다. 독자적인 RNA 기술력을 갖춘 에스티팜부터 GC녹십자·대웅제약·유한양행 등 전통 제약사도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에스티팜 (85,700원 ▼700 -0.81%)은 2021년 제네반트로부터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12개국에서의 LNP 플랫폼 권리를 1억3400만달러에 도입했다. 이 기술력을 이용해 코로나19 mRNA 백신 'STP2104'를 개발 중이다. 또한 에스티팜은 자체 LNP 플랫폼인 'smartLNP'를 개발해 국내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이혁진 이화여대 교수 연구팀과 차세대 LNP 기술을 2종 발굴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GC녹십자 (111,900원 ▲800 +0.72%)는 지난해 4월 캐나다 소재 제약사 아퀴타스 테라퓨틱스(Acuitas Therapeutics)와 LNP 개발 관련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해당 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아퀴타스의 LNP 기술을 도입하게 됐다. GC녹십자는 아퀴타스로부터 도입한 LNP 기술을 이용해 mRNA 독감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대웅제약 (112,700원 ▲2,200 +1.99%)은 지난 1월 미국 바이오벤처 온코러스(Oncorus)와 LNP mRNA 의약품 공동 연구·개발과 상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은 온코러스가 보유한 자체 LNP 플랫폼을 이용해 mRNA 항암 백신을 개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 (71,000원 ▼500 -0.70%)도 지난해 6월 이혁진 이화여대 교수 연구팀, 이주엽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교수 연구팀과 각각 LNP 기술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유한양행은 공동 연구로 개발한 LNP 원천 기술을 이용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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