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찐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2023.04.0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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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나침반, 활판인쇄기,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이제 인공지능(AI). 이들의 공통점은 세상을 바꾸고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혁신기술의 결과로 만들어진 위대한 발명품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꾼다. 세탁기 발명으로 여성은 가사노동에서 어느 정도 해방됐고 전화기와 인터넷 발명은 물리적 거리의 제약을 극복하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줬다. 지금 인류가 주목하는 것은 단연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6년 수학자 앨런 튜링은 생각하는 기계 같은 컴퓨터의 개념을 논문으로 발표했고 1956년에는 존 매카시가 다트머스 국제회의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개념에 불과하던 인공지능의 실제 위력에 놀란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대중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의료용 인공지능 왓슨이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는 보통 사람이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인공지능 번역 소프트웨어, 스마트폰에 탑재된 약한 인공지능, 아니면 인공지능 스피커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챗GPT는 차원이 다르다. '컴·알·못'(컴퓨터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채팅앱'으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지능정보화 혁명이고 초연결과 초지능이 키워드다. 그런 의미에서 챗GPT의 등장은 초지능 국면으로의 진입이라 할 수 있고 진짜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라 할 만하다. 기술, 산업, 경제영역의 거대한 변화로만 인식되던 4차 산업혁명이 이제 일상의 삶으로 쑥 들어왔다. 첨단기술은 어렵고 복잡하지만 대중과 만날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와 혁명이 일어난다. 아무리 엄청난 기술이라도 대중이 잘 알지 못하고 대중의 삶과 만나지 못하면 혁명은커녕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만다. 알파고는 대중을 못 만났지만 챗GPT는 대중을 만났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야기하는 변화는 인간의 삶과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간다. 이제까지 구호와 정책에 머물렀던 4차 산업혁명이 보통 사람의 일상과 만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시장을 봐도 코로나 이후 투자붐을 불러일으킨 메타버스는 한풀 꺾였고 그 자리를 대신 꿰찬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이다. 챗GPT는 그 선두주자다.

혁명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의 기초, 사회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 이전의 관습, 제도, 방식을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걸 급격하게 세우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이 혁명이 되려면 기술혁신 차원을 넘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급격히 이뤄져야 한다. 보통 사람의 일상이 급격하고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은 소통방식, 업무방식은 물론이고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는 더 근본적이고 더 급격할 것이다. 다보스포럼과 정부정책, 글로벌 기업의 변화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은 위로부터 시작됐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은 아래로부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벌써 1억명 이상이 챗GPT를 사용하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활용할 것이다. 챗GPT로 인한 리포트 표절, 기업정보 유출 등 부작용도 보고되지만 그렇다고 벼룩을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순 없다. 최근 국민대는 입학식을 계기로 자율적으로 인공지능 윤리강령을 선포했다. 인공지능은 엄청난 기술이지만 대중이 수용해야 혁명이 된다. 진짜 4차 산업혁명의 초기단계부터 대중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 인공지능의 발전을 사회가 통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윤리, 사회, 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공지능이 엇나가지 않고 인간을 위한 기술이 될 수 있게 감시해야 한다. 대중이 참여해야만 혁명이 성공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로 시작되지만 그걸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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