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밥줄' 장기계약도 운임 25%↓…"4~5월에 더 빠진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3.04.0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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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3.04.02.2일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3.04.02.


해운사의 주요 매출원인 장기운송계약의 운임이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분기까지는 상대적으로 고운임이 이어졌지만 2분기부터는 신규 계약이 더 낮은 가격에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장기계약 운임지수인 제네타해운지수(XSI)는 지난달 전월보다 0.5% 하락한 345.97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달 신규 장기계약 체결 건수가 줄면서 전월에 비해 수치 변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해운사는 주로 1~2월에는 유럽, 4~5월에는 미국 화주들과 연간 계약을 체결한다. 3월 계약 물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낙폭이 적었다.



해운사 1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장기계약은 스팟 운임(수급상황에 따라 계약이 이뤄질 때의 운임)을 따라간다. 스팟 운임이 먼저 움직이고 이후 장기계약 운임 가격이 뒤를 따르는 식이다. 당초 스팟운임인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최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면서 해운사들의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컸다. 반면 XSI는 최근 하락세에도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오히려 30.5% 높은상태다. 스팟운임이 내려가는 속도보다 덜 빠졌다. 업계에서 1분기까지는 해운사들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진단하는 이유다.

그러나 XSI도 2분기를 기점으로 결국 악화할 전망이다. 패트릭 베르그룬드 제네타 최고경영자(CEO)는 "4~5월 미국 신규 계약이 체결되는 순간부터 (XSI가)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연초 체결됐던 (유럽 등) 계약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XSI는 유럽 계약들이 체결된 지난 1월 전월보다 13.3% 급락했으며 2월에도 1% 떨어졌다. 지난달에는 계약 물량이 적은 탓에 하락폭이 크지 않았지만, 역대 최고점을 찍은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이미 24% 떨어졌다.



특히 미국 계약을 앞두고 미국 경제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다. 글로벌 해운전문매체 헬레닉시핑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의 수입 물량은 올해 들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 줄었다. 경기 침체와 수요 감소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장기 운송계약 체결시 운임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

선사들은 임시 결항(블랭크 세일링)·항로 우회·저속 운항 등 공급 조절책 카드를 꺼내 들었다. 10일 걸리던 운항 일정도 15일로 늘리는 등 수요 감소에 대응해 전체 공급량을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당장 국내에서도 지난달부터 운항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국적선사 HMM의 경우 최근 남미 동안으로 향하는 4개 노선의 선박 운항을 중단했다. HMM이 소속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도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부산항에서 북미 동안으로 향할 예정이던 총 9개 노선을 운항하지 않는다. 세계 1·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가 소속된 '2M'은 지난달 부산을 들러 미 동부 뉴어크로 향하는 노선 4개를 취소했다. 이외에도 시애틀·알래스카 등으로 향하는 선박도 임시 결항했다.

이같은 가격 방어책이 이어지면서 장기계약의 기준이 되는 SCFI는 지난주 소폭 상승했다. 전주보다 1.7% 오른 923.78을 기록했지만 큰 반등 없이 코로나 이전 수준인 900포인트선을 2달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이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지만 사실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는 않다"며 "현재 장기계약 협상이 한창인데 운임이 반등해야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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