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 될때까지 필수 예방접종만 27번…혼합백신 절실한 이유죠"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4.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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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인터뷰
올해 기준, 만 1세까지 예방접종 27회… 부모 부담 가중
하나의 백신으로 여러 질환 예방하는 '혼합백신' 도입 필요성↑

이현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사진=이창섭 기자이현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사진=이창섭 기자


지난달 초 영유아의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됐다. 20만~30만원을 들여 백신을 접종해야 했던 부모의 부담이 줄었다. 그만큼 필수 예방접종 스케줄은 빡빡해졌다. 올해 기준, 만 1세가 되는 영유아는 총 16개 감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12가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접종 횟수는 지난해 대비 최대 3회 증가해 27회에 걸쳐 주사를 맞아야 한다.

27번의 주사를 맞으려면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라면 직장에 연차를 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 방문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엔데믹 이후 영유아 대상 백신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 이러한 접종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하나의 백신으로 여러 질환을 동시에 예방해 접종 횟수를 줄이는 '혼합백신'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이현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대한소아감염학회 학술이사,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전문가 자문위원, 경기도 교육청 학생 감염병예방관리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고, 코로나19(COVID-19)의 소아 사망 연구를 진행한 소아 감염병 전문가다. NIP 접종 스케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혼합백신 도입을 권장하는 의료진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영유아는 맞아야 할 백신이 많지만 한 번에 접종할 수 있는 주사 횟수는 제한적"이라며 "아이의 접종 횟수는 실제 병원 방문 횟수와 연계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직장에서의 손실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리적인 측면에서는 주사를 두 번, 세 번, 네 번 나눠 맞는 것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접종하는 아이는 물론 보호자에게도 많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행, 이주, 바쁜 직장 생활 등 개인 사정으로 아이의 예방접종 스케줄을 챙기지 못하는 부모가 생길 수 있다. 이 교수는 "예방접종의 목적은 감염에 가장 취약한 시기에 충분한 면역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예방접종은 감염 전에 이뤄져야 하며, 접종이 지연됐을 때는 해당 질환의 감염 위험 등 리스크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나 수족구병 백신이 개발 중이고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의 NIP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영유아가 맞아야 하는 백신 종류와 횟수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혼합백신 도입으로 접종 스케줄을 간소화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현재 혼합백신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감염질환은 DT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와 소아마비, 뇌수막염(B형 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이다. 과거에는 질환마다 백신을 따로 맞았지만 지금은 위의 다섯 가지 병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5가 DTaP 혼합백신이 사용 중이다.
소아 예방접종 스케줄 표/사진제공=질병관리청소아 예방접종 스케줄 표/사진제공=질병관리청
5가 백신에서 B형간염을 추가한 6가 DTaP 혼합백신도 있다. 하나의 백신으로 총 6가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약 60%에서 6가 DTaP 혼합백신을 표준 진료로 활용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 세계 48개 국가에서 국가 예방접종에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5가 백신은 개발 역사가 오래됐고, 효과와 안전성은 이미 잘 입증된 상황"이라며 "6가 DTaP 혼합백신은 기존 5가지 질환과 B형간염에 면역 반응 비열등성 등 충분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B형간염은 출생 직후 최초 접종을 한 후, 생후 1개월과 6개월에 접종한다"며 "만약 6가 DTaP 혼합백신으로 접종한다면 생후 1개월에 B형간염 접종을 위한 병원 방문이 줄고, 생후 2·4·6개월에 다른 백신과 함께 접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후 6개월에 5가 DTaP 백신을 접종하는데 이를 6가 백신으로 대체하면 같은 시기에 B형간염까지 한 번에 예방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접종 횟수가 최대 6번에서 4번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정작 6가 DTaP 백신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잘 활용되지 못한다. 2021년 4월 국내에 출시됐지만 NIP에 도입되지 않아 백신 접종이 유료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6가 DTaP 혼합백신을 포함해 각종 백신의 NIP 도입을 위한 비용효과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NIP 도입 우선순위 연구에서 6가 백신이 비용효과성이 있다고 인정받으면 올해 예산을 책정받아 내년부터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혼합백신의 NIP 도입은 아이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비용 측면에서도 이득이다. 병원 방문 횟수가 줄면 교통비 지출과 연차로 인한 기업의 경제적 손실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국제약물경제성평가 및 성과연구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6가 혼합백신의 국내 NIP 도입은 약 332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더 나아가 접종 횟수를 줄여줌으로써 아이가 느끼는 접종의 불안감과 공포가 줄어든다"며 "병원 내 약품 보관, 운반 등 백신 관리에 필요한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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