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예금 10조 감소…'대형은행 쏠림' 없었다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김도엽 기자 2023.04.0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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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15개월 연속 감소…"아직 금리 높다"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독일 도이체방크 주가 폭락 사태 등으로 '뱅크데믹' 우려가 나왔지만 국내는 '기우'에 불과했다. 중소형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이 관측되지 않았다. 대형 은행의 요금불예금이 급증했지만 금리 때문에 정기예금에서 빠진 자금이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총 수신잔액은 1871조5370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532억원 감소했다.



급여통장으로 대표되는 요구불예금 잔액이 619조2650억원으로, 전월 대비 10조1116억원 늘었다. 주로 기업고객의 요구불예금으로 여겨지는 MMDA 잔액은 같은 기간 1조9375억원 증가했다. 반면 지난달말 정기예금 잔액은 805조3384억원으로, 전월 대비 10조3622억원 감소했다. 정기적금은 같은 기간 2312억원 줄었다.

일부 중소형은행의 요구불예금이 대형은행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기예금이 빠진 자금이 요구불예금으로 이동한 모양새다. 이유는 금리다. 최근 시장금리가 안정되면서 예·적금 금리가 떨어지자 새로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줄었다. 5대 은행의 예금금리는 지난해 11월 5%대를 넘겼지만, 이날 기준으로는 3%대 초중반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만기가 도래했을 때 재예치하는 고객이 줄었다"며 "지난달 증시가 좋아서 투자를 관망하는 고객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대형 은행으로 돈이 몰린 미국과도 다른 양상이다. 미국은 SVB 파산 직후 대형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했다. 대형은행들이 본인의 예치금을 더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국내에는 리스크 영향이 적다고 명확하게 설득한 결과"라며 "국내 소비자들의 은행에 대한 신뢰도는 과거부터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7661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6845억원 줄었다.


신용대출 감소가 전체 가계대출 감소를 이끌었다.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110조9402억원)은 전월과 비교해 2조5463억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2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1조232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5537억원 줄었다. 전세자금대출은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세자금대출의 지난달 말 기준 잔액은 126조6138억원으로, 전월과 비교해 1조9014억원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하락이 진행 중이지만 고객이 아직 이자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돈이 생기면 우선 상환하는 모양새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담대는 매수·매도 거래가 늘어야 증가할 텐데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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