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 고도화 나선 닥사… '법적 기구화' 위한 명분쌓기용?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3.04.03 15:23
글자크기
/사진제공=닥사./사진제공=닥사.


국내 원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협의체인 닥사(DAXA, 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가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행보에 본격 나섰다. 페이코인(PCI) 거래지원 종료를 만장일치로 결정한 데 이어 '자금세탁방지' 분과를 신설했다. 국회가 가상자산 규율 제정안 논의를 돌입하자 '법적 자율규제 기구화'를 요구하기 위한 명분 마련에 나섰다.

자금세탁방지 분과 신설… 자율규제 전반 '고도화' 방침
자율규제 고도화 나선 닥사… '법적 기구화' 위한 명분쌓기용?


닥사는 3일 자금세탁방지 분과 신설과 올해 자율규제 이행 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닥사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 인가를 받은 고팍스·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이 속했다.

닥사는 이달부터 업비트를 간사사로 한 자금세탁방지 분과를 운영한다. 지난해 6월 출범 당시 꾸린 거래지원·시장감시·준법감시·교육 분과에 이은 5번째 분과다. 자금세탁방지 분과는 가상자산 특성을 반영한 업권 공통 의심거래보고 의(STR) 룰과 VASP 위험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STR, 고객정보확인 의무(KYC) 등 자금세탁방지 이행체계를 구축해 시장 투명성 강화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22일 발표한 거래지원(상장)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 고도화와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공통 가이드라인 제정에도 나선다. 내부통제 기준안과 VASP 행동강령, 컴플라이언스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도 추진한다. 시장 감시와 관련해선 가상자산 경보제 시스템 개발과 시범운영에 나설 방침이다. 투자자 보호 콘텐츠 제작 및 배포와 거래소 자체 임직원 교육도 실시한다.

닥사는 "지난해에는 최초 자율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데 방점을 뒀다면, 올해에는 기능 보완 및 고도화하고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닥사는 지난달 31일 페이코인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페이코인 발행사인 페이프로토콜이 실명계좌 미확보로 VASP 신고를 마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페이코인은 업비트·빗썸·코인원에서 이달 14일 오후 3시에 상폐된다. 닥사 회원사들은 만장일치로 페이코인 상폐를 결정했다.


불신 차단, 법적 기구화 '명분쌓기' 의도… "법에 마련해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달 30일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원화 거래소들을 제재했다고 밝혔다. 현장검사에서 드러난 구체적인 위법·부당행위 사례도 공개했다. FIU는 기관주의와 최대 과태료 4억9200만원, 임직원 견책·주의 등 조치를 취하고, 지속적인 현장검사와 강력 제재 방침을 밝혔다.

닥사의 자금세탁방지 분과 신설은 회원사들을 향한 의구심이 번지지 못하도록 차단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 FIU가 적발한 내용을 자체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동시에 전반적인 자율규제 강화 방침까지 공표했다. 자칫 자율규제 회의론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행보다.

최근 회원사들의 불협화음이 표출됐다는 점도 닥사가 발 빠른 대응에 나선 이유다. 코인원은 2월 16일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 재상장을 단행했다. 앞서 닥사는 지난해 11월 24일 중대한 유통량 위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자료 오류 등을 사유로 위믹스 상폐를 결정했다. 코인원이 불과 3개월 만에 위믹스 재상장을 결정하자 강제성이 없는 자율규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해 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김종민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올해 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김종민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닥사의 숙원인 법적 자율규제 기구화에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가상자산법 제정 논의를 상당 부분 진행했다. 4월 중 소위 통과가 유력하다.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1단계 입법이 완료되면 관련 산업 진흥과 실질적 규율을 위한 2단계 입법 논의가 시작된다. 닥사는 거래소 자율규제 권한을 법문에 명시하길 원한다. 자율규제 강화 조치를 법적 자율규제 기구화를 위한 명분 쌓기로 판단하는 이유다.

김재진 닥사 상임부회장은 "빠른 시일 내에 공적규제와 자율규제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며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공고히 하려면 기본법에 가상자산사업자 자율규제 기구에 관한 규정이 함께 마련돼야 긍정적 효과가 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