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UBS의 M&A 역사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23.04.0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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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사진=김화진김화진 /사진=김화진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다. 스위스 금융의 양대 산맥이 하나로 합쳐진다. 향후의 상황이 엄중한 탓인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UBS를 이끌었던 세르지오 에르모티 회장이 컴백해서 다시 UBS 회장을 맡는다.

이탈리아계인 에르모티는 대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경영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열다섯 살 때 루가노의 한 은행에서 견습생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나중에 옥스퍼드대에서 AMP를 수료했다. 메릴린치 중역을 거쳐 UBS 회장이 되었다. UBS를 떠난 후에는 스위스리 이사회 의장으로 있었다. 이탈리아 명품기업 에르메네질도 제냐그룹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UBS는 1862년에 빈터투어은행으로 출발했다. 빈터투어는 취리히 북동쪽에 있는 도시다. 19세기 스위스의 중요 산업도시였다. 빈터투어은행이 1912년에 토겐부르거은행과 합병해서 UBS가 탄생했다. 1934년에 유명한 스위스 은행비밀법이 제정되었고 덕분에 UBS는 스위스의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급속히 성장했다.

UBS의 최대 경쟁자는 1854년에 바젤의 6개 은행이 연합해 탄생한 SBC(Swiss Bank Corporation)였다. 필자가 독일 유학생 때 처음 가보았던 스위스에는 곳곳에 SBC 로고가 있었다. 그 SBC는 1998년에 UBS와 합병해서 지금의 UBS가 되었다. SBC와 UBS는 각각 수많은 M&A(인수·합병)를 거쳐 성장했던 은행들이어서 지금의 UBS는 약 370개 금융기관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여기에 이제 CS가 더해진다. CS 자체도 퍼스트보스턴(FB)을 필두로 다사다난한 M&A 역사의 결과물이므로 미래의 UBS는 더 많은 수의 금융기관 합체다.



UBS와 SBC의 합병 계기는 1990년대 중반에 발생한 UBS의 경영난이었다. 일부 공격적인 주주들이 은행 구조조정을 시도했고 혼란이 발생하자 당시 스위스 1대 은행 CS가 2대 UBS와의 합병을 시도했다. 성사되었다면 당시 글로벌 2위 은행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UBS는 CS의 합병 제안을 물리쳤고 주주들이 새로 구성한 경영진은 3대 은행 SBC와의 합병을 선택했다. 그로부터 25년이 흘러 이제 CS까지 결국 스위스의 세 은행이 합체되는 것이다.

2000년에 보스턴의 유서 깊은 투자은행 페인웨버를 인수한 UBS는 투자은행 분야에서도 글로벌 10대에 든다. 1880년에 설립되었던 페인웨버는 1864년에 출범했던 키더피바디를 1995년에 인수한 투자은행인데 미국 투자은행의 원조격이다. UBS투자은행에서는 이제 33개국 5000명이 넘는 인원이 일한다. 특히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에 있는 UBS의 트레이딩 플로어는 명물이다. 축구장 2개 크기 면적의 건물에 기둥이 없다. 겨울에도 난방을 거의 하지 않고 산소를 계속 주입한다. 매일 1조 달러가 넘는 거래가 체결되는 장소다.

스위스 다른 모든 회사와 마찬가지로 UBS도 스위스 안보다 밖에서 사업이 더 크다. 따라서 인적 구성도 고도로 국제화되어 있다. 우선 이사회부터 국제화되어 있다. 이사회 의장은 모건스탠리 출신 아일랜드인이고 의장을 포함해 12인으로 구성된 이사진에는 KPMG 출신 영국인 이사, 로슈 수석변호사를 지낸 스위스·독일인 이사, 뉴욕 연준 회장 출신 미국인 이사, 골드만삭스 출신 중국인 이사, RBC의 CRO 출신 미국·캐나다·영국 3중 국적 이사, CAI 외환부문장을 지낸 프랑스인 이사, 프로비던스에퀴티 파트너 출신 미국인 이사, 알리안츠 CFO 출신 스위스·독일인 이사, 싱가포르 DBS의 CFO 출신 싱가포르인 이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UBS 주주는 거의 90%가 스위스 국적이다.


스위스는 영구중립국으로 지난 200년 동안 전쟁이나 내란을 단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는 가장 안전한 곳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은행비밀법이 있는 나라다. 그렇지 않아도 험준한 지형과 수천 개의 호수가 있는 나라 곳곳에 지하 벙커가 건설되어 있다. UBS도 극비 위치에 여러 개 벙커를 자산보관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자동차나 도보로는 접근할 수 없고 반드시 항공 수단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덕분에' 세계의 온갖 문제 있는 자산들이 스위스에 모이고, 특히 일부 미국인이 스위스 은행을 경유하는 위법 거래를 일삼기 때문에 미국(FBI)과 스위스(사법부)는 종종 그 문제로 부딪힌 역사를 가지고 있다.

CS 인수로 UBS는 더 크고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이 된다. UBS의 CS 인수에는 미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개입했다. 그리고 미국은 스위스를 통화스와프 파트너에 포함시켜 주었다. UBS의 CS 인수와 동시에 발표된 것을 보면 패키지였던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스위스의 정치외교적 성격이 약간 변하고 있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금융산업의 발달과 국제화가 외교와 안보로 연결된다고 유추해도 별 무리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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