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인조 납치·살해범, 피해자 '코인' 노렸다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2023.04.0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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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용의자들이 지난달 29일 밤 11시46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여성을 차량에 태워 납치하고 있다. /영상=독자 제공납치 용의자들이 지난달 29일 밤 11시46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여성을 차량에 태워 납치하고 있다. /영상=독자 제공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40대 여성이 납치된 후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납치·살해범 3명은 피해자의 가상자산(암호화폐)을 빼앗기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31일 "이들이 사건 당일 오후 4시쯤부터 피해자의 사무실 인근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7시쯤 퇴근하는 피해자를 미행한 뒤 주거지 인근에서 납치해 살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중 한명은 "공범이 먼저 범행 대상을 지목한 후 범행을 제안했다"며 "피해자의 가상자산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범행 2∼3개월 전부터 대상을 물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피해자 소유 가상자산 규모 등이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 피해가 있었는지 여부도 확인 중이다.

이들 중 2명은 지난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부동산 개발, 금융회사에 다니던 40대 여성 피해자를 차량에 태워 납치했다. 피해자가 격렬히 반항했지만 폭행한 뒤 피해자를 강제로 끌고 길가에 세워져 있는 회색 승용차에 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를 차에 태우기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납치 용의자들이 지난달 29일 밤 11시46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여성을 차량에 태우며 납치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납치 용의자들이 지난달 29일 밤 11시46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여성을 차량에 태우며 납치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당시 피해자는 "살려주세요"라고 비명을 질렀고 우연히 이 같은 소란을 목격한 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즉시 차종과 차량번호 등을 확인, 용의자들의 신원과 동선을 확인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에서 대전시 대덕구로 이동, 납치에 사용한 승용차를 버리고 렌터카로 갈아탔다. 이후 충북 청주시로 이동했다. 청주시에서는 택시를 이용해 성남시로 이동했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만 사용했고 옷을 구매해 갈아입기도 했다.

이들의 행적을 면밀히 추적한 경찰은 지난달 31일 오전 10시45분과 낮 1시15분 성남시 수정구에서 납치 행위에 가담한 A씨(30·무직)와 B씨(36·주류회사 재직)를 차례로 검거했다. 오후 5시40분쯤에는 강남구 논현동에서 C씨(35·법률사무소 재직)를 체포했다.

A씨와 B씨는 과거 배달 대행 일을 하며 알게 된 사이이고 A씨와 C씨는 B씨의 소개로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B씨와 C씨는 대학 동창이다.

이들은 경찰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뒤 대전시 대천댐 인근에 시신을 파묻어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대천댐 인근 야산에서 피해자의 사체를 발견했다. 대전 모처에 버려진 납치 사용 차량에서는 혈흔이 묻은 고무 망치 등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가 발견됐다.

용의자들과 피해자는 모두 가상자산(암호화폐) 관련 사건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관련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전모를 명백히 밝히기 위해 수사팀을 확대 편성하는 등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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